"치마 입어야 여성스럽다고?" 선택권 없는 교복의 불편한 진실
2018.11.03 10:30
수정 : 2018.11.03 10:30기사원문
'여학생은 치마, 남학생은 바지' 이 불편한 공식은 언제쯤 깨질까. 2015년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규정 점검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내 중학교의 73%(281교), 고등학교의 59%(189교)만이 여학생에게 교복 바지를 허용한다. 즉 여중생 10명 중 3명, 여고생 10명 중 4명은 불편한 교복 치마를 감수해야만 한다. 교복 치마는 바지보다 활동성이 떨어지며 취할 수 있는 자세에도 제약이 따른다. 여학생들은 추운 겨울에 기모스타킹을 신고 치마를 입어도 다리가 얼얼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대안으로 치마 안에 츄리닝 바지를 입고 수업을 들을 정도다.
■'시대착오적 복장 규제 없애달라' 여중생의 청원글..외국은 '성 중립 교복 규정' 도입
지난 1월 한 여중생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시대착오적인 복장 규제를 없애달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안 내용의 골자는 곧 입학할 고등학교 안내문에 '신체 상 이상이 있는 학생만이 학교장의 허락을 통해 교복 바지를 입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즉, 교복 바지를 입기 위해서는 다리에 장애나 흉터가 있음을 증명한 후 교장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청원인은 학교 측에 이유를 묻자 "여성스러워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오로지 '여성스러움'을 위해 학생들에게 치마 교복을 입기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외부 기관은 ‘권고’만 할 뿐, 교복 규정은 각 학교가 알아서 정하는 게 원칙이다.
여학생의 치마·바지 교복 선택권 논란은 수십년째 지속돼 왔다. 교육부는 2000년도부터 일선 학교에 여학생의 바지 착용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전통, 교칙, 명예 등을 이유로 여학생들에게 바지를 허용하지 않는 학교들이 많다.
외국은 이미 학생들이 원하는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일본은 성별을 떠나 리본과 넥타이, 바지와 치마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성 중립 교복'을 도입했다. 지난해 3월 뉴질랜드의 한 중학교는 학생들이 반바지, 긴바지, 퀼로트(여자용 치마바지), 킬트(남자용 짧은 치마), 치마 총 5가지 교복 중 원하는 복장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했다. 영국도 120개 이상의 학교에서 '성 중립 교복 규정'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성 중립 교복은 학생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주고, 성소수자를 배려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교복 자체가 불편.. 현재 '편안한 교복' 시민 공론화 과정 진행 중
치마, 바지 여부를 떠나 슬림핏으로 제작된 교복 자체가 불편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교복입원(입자! 원하는 대로) 프로젝트' 영상에는 학생들이 교복에 불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드러났다. 키 170cm, 가슴둘레 94cm 기준의 여학생 교복은 11세~12세 아동복 사이즈와 비슷했다. 셔츠는 잘 비치는 소재로 여학생들은 항상 하얀색 나시티를 속옷 위에 덧입어야 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여학생 하복 상의는 너무 짧아 팔을 들기만 해도 배가 보일 지경이었다.
남학생 교복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한여름에도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 얇은 셔츠 재질에 안그래도 작은 옷에 하얀색 티를 덧입어야 함은 물론이다. 넥타이와 뻣뻣한 재킷 또한 활동하는 데 답답함을 느끼게끔 한다. 10시간 이상을 앉아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편안하고 활동성이 좋은 교복을 원한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편안한 교복' 도입 검토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주문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편안한 교복' 시민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 토론 결과를 토대로 오는 11월쯤 ‘편안한 교복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각 학교는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교복 규정을 바꾸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까지 '편안한 교복'을 모든 학교 방침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