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공신력 없는 ‘반쪽짜리 ICO 실태조사’로 정책 설계하나
2018.11.08 16:06
수정 : 2018.11.08 17:31기사원문
■ICO 실태조사 목적과 모집단 기준부터 세워야
8일 국회 및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중 ICO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금감원은 지난 9월 말까지 ICO 업계 실태를 파악한 후, 구체적인 관리·감독방향을 내놓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김용범 부위원장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ICO 실태조사 결과가 이달 중에 나올 것”이라며 “그 결과를 관계부처와 공유한 후,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관련 정부부처 및 관계기관(가상통화 대책 TF)인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금융위·금감원,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한국은행 등이 향후 정책 수립 과정에 근거로 활용할 ICO 실태조사 자체가 공신력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업계에서 유망 ICO로 주목받는 업체들은 이 질문서를 e메일로 받지 못하는 등 20~30개 업체로 알려진 모집단 기준 자체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또 실태조사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 질문서에 반드시 응해야 할 근거도 없기 때문에 답변내용이 다소 부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공시심사실 기업공시3팀 관계자는 “현재 ICO 실태점검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검토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답변 수준이 미흡해 추가 확인 절차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원론적 답변서 대신 공청회 등 민관 소통 필수
또 금융당국은 ICO 실태조사 당시 ‘ICO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진상조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해당 질문서를 받아본 업체 입장에서는 ICO 제재 수위를 더 높이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ICO 실태점검 관련 질문서’를 받은 업체 중 일부는 답변서 작성 자체를 법률회사(로펌)에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질문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형법, 자본시장법,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등 ICO 과정 전반에 대한 현행법 저촉 여부를 적발한다는 목적을 드러낸 만큼, 법률자문을 통해 원론적 모범답안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 9월 ‘모든 형태의 ICO 전면금지’를 엄포한 이후, 해외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이뤄지는 ICO들을 집중 들여다보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모든 질의에 대해서 성실한 답변을 준비하다가 자칫 이 답변 내용이 우리를 겨누는 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기술 개발을 위한 인력과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답변서 작업 전체를 로펌에 넘겼다”고 밝혔다. 또 다른 B업체 관계자도 “정부가 ICO를 전방위로 막아놓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원론적 답변만 할 수 밖에 없었다”며 “특히 ‘해외에서 ICO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란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을 적어야 하나 어리둥절했다”고 전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등 입법부가 행정부와 별도로 ICO 관련 토론회 및 공청회를 여는 등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실 핵심 관계자는 “금융위 담당과장에게 미팅 신청을 해도 일정 조율조차 안 된다”며 “금융당국에게 대정부질문과 국감 등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ICO 가이드라인 부재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상임위 차원에서 공청회 개최 등 논의를 주도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