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번째로 안전한' 도시서 총기난사..충격받은 주민들

      2018.11.09 10:56   수정 : 2018.11.09 13:58기사원문


7일 밤(현지시간) 총기난사로 시민과 경찰관 등 12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진 미국 캘리포니아 벤투라 카운티 사우전드오크스는 올해 미국 내에서 3번째로 안전한 도시로 꼽힌 곳이다.

사우전드오크스에서 30년간 살고 있는 밥 자피아는 8일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여기서는 어떤 일도 벌어진 적이 없다. 전혀, 전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총기난사가 벌어진 보더라인바&그릴 역시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은 건전한 술집이라고 묘사했다.

데이터분석 웹사이트인 니체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북서쪽으로 40마일 떨어진 사우전드오크스는 올해 미국 내에서 3번째로 안전한 도시로 꼽혔다.

미국 내 높은 등급에 속하는 공립학교들이 위치해 아이 키우기 좋은 곳으로도 알려져있다.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이 지역 주민 96%가 삶의 질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총기난사가 발생한 보더라인바&그릴은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인기 술집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대학생들을 위한 '컨트리 컬리지 나이트' 행사가 열렸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사우전드오크스 내에 캘리포니아로터란 대학, 주변 30마일 내에 무어팍컬리지, 페퍼다인대학, 노스리지 캘리포니아스테이트대학 등 12개가 넘는 대학이 있다.

크리토퍼 노지는 NBC뉴스에 보더라인바&그릴에 대해 "학생들이 주중에 쉬면서 공부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찾는 곳"이라며 "안전한 장소, 안식처 같은 곳인데 이제 (이번 사고로) 잃게 됐다"고 말했다.


■총격범, 연막탄 던진 뒤 무차별 난사
이번 사고는 7일 밤 11시 20분께 발생했다.

미 언론과 현지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은 글록 21 45구경 권총을 들고 바에 들어와 연막탄을 던진 후 내부에 있던 고객과 종업원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목격자들은 총성이 30여 발 들렸다고 전했다.

술집 입구에 있던 한 목격자는 LA타임스에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걸어들어오더니 정문 앞에서 일하고 있던 종업원을 겨냥해 총을 쐈다. 총격범은 턱수염이 있었고 몸에 문신이 많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목격자는 "총성이 들리자 바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엎드렸다가 옆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창문을 깨고 나가기도 했다. 도망치는데 뒤에서 총 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면서 울먹였다.

총격 당시 '컨트리 컬리지 나이트' 행사에 수백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사망자 중 상당수도 대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 경찰인 벤투라 카운티 경찰국 제오프 딘 국장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12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15명이다.

LA타임스는 총격범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약 15분간 공포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총격범, 아프간 참전 기관총 사수 출신
총격범은 전역한 해병대원 출신의 이언 데이비드 롱(29)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총격 동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롱은 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제3해병연대 제2전투대대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다.

해병대는 그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약 5년간 복무했으며, 2011년 상병 계급을 달았다고 밝혔다. 마지막 임지는 하와이였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사격 강사로 일했다는 기록도 있다.

해병대에 따르면 그는 기관총 사수로 복무했으며 컴뱃액션리본과 해병대 굿컨덕트메달 등 몇 개의 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롱은 군 제대 후 2016년 노스리지 캘리포니아스테이트대학에 다녔다고 대학 측이 확인했다.

롱은 총기를 난사한 보더라인 바&그릴에서 약 5마일 떨어진 주택가에서 어머니와 함께 거주했다고 그를 아는 이웃이 전했다. 롱의 어머니는 12~15년 전부터 그곳에서 거주했다.

이웃 주민 톰 해리슨은 AP통신에 "6개월 전쯤에 롱의 집안에서 뭔가 부수는 듯한 소리가 들려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면서 "뭘 집어 던지고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은 지난 4월 롱의 집에 갔을 때 그가 무척 화가 난 상태였지만 구금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AP는 경찰관의 말을 인용해 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웃주민은 롱의 어머니가 아들에 대해 심하게 걱정한 적이 많다면서 아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까봐 안절부절못했다고 전했다.


롱은 뚜렷한 범죄전력은 없고 교통사고 등으로 몇 차례 입건된 기록만 남아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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