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만 감독, '외국인 최초 2관왕' 기록 쓸까

      2018.11.12 19:28   수정 : 2018.11.12 20:58기사원문


누구나 일등을 원한다. 누구나 최초이길 바란다. 1953년 이래 수많은 등산가가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가운데 유독 에드먼드 힐러리의 이름을 떠올린다. 그가 1953년 5월 29일 세르파 텐징 노르게이와 함께 세계 최초로 이 산 정상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1년 차이로 외국인 최초 일본시리즈 우승 감독을 놓쳤다. 힐만 감독은 2006년 니혼햄 파이터스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무려 44년만의 우승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외국인 감독 일본 프로야구 최초 우승은 놓쳤다.

바로 1년 전 보비 발렌타인 전 지바 롯데 감독이 그 영광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최초의 기록은 남아 있다. 사상 첫 양대 리그 우승 감독이다.

발렌타인 전 감독은 2000년 뉴욕 메츠를 이끌며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를 치렀다. 유명한 '지하철 시리즈'다. 지하철을 타고 두 구장을 오갈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두산과 SK가 벌이고 있는 2018 한국시리즈도 지하철 시리즈다. 잠실에서 지하철을 타면 인천 문학구장으로 갈 수 있다.

힐만 감독이 이끄는 SK가 12일 현재 3승2패로 두산을 벼랑 끝에 몰아세우고 있다.

12일 6차전이나 13일 7차전 가운데 한 번만 더 이기면 힐만 감독은 최초로 한.일 양대 리그 우승 감독에 오른다. 외국인 감독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포함하면 '최초 2관왕'이다. 힐만 감독은 사상 처음으로 한.미(캔자스시티 로열스).일 감독을 역임했다.

힐만 감독 야구는 한.미.일 스타일이 모두 녹아 있다. 2015년 팀 홈런 5위(145개), 2016년 2위(182개)이던 팀을 맡아 2017년 234개로 1위에 올려놓을 만큼 화끈한 타격 팀으로 변모시켰다. 2018년에도 233개로 팀 홈런 1위다.

그런가 하면 종종 스퀴즈 번트로 일본식 야구를 선보인다. 인정 많은 점에선 한국적 기질도 지녔다. 일부러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또 휴식과 철저한 투구수 관리로 팔꿈치 수술을 받은 김광현의 성공적 재기를 돕기도 했다.

한동민(41개), 김동엽(27)을 거포로 거듭나게 했고, 신재웅(16세이브 6홀드), 김태훈(9승 10홀드)을 불펜의 '믿을 맨'으로 이끈 것도 힐만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세이브매트릭스의 신봉자다. 감에 의존하는 야구가 아니라 철저히 통계를 우선한다.


하지만 숫자 위에 정(情)이라는 포장지를 둘러 삭막함을 지워낸다. 힐만 감독은 가족을 위해 이번 한국시리즈를 마지막으로 SK와 작별한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새어머니 때문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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