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뛰어다니며 '찰칵'.. '홈마'들 극성에 애꿎은 시민만 불쾌

      2018.11.14 09:48   수정 : 2018.11.14 10:05기사원문

“여기가 서점 맞아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이 들썩였다.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톱클래스 아이돌 등장에 ifc몰 방문객과 촬영 장소인 대형 서점 고객들도 들뜬 분위기였다.

그러나 곧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 때문에 시민들은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바로 ‘홈마’다.


‘홈마’는 ‘홈페이지+마스터’의 준말이다. 팬들 사이에 통용되는 은어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위해 만든 홈페이지 운영자를 말한다. 홈마는 연예인 사진을 직접 촬영해 홈페이지, 유튜브, SNS 등에 올리고 일부는 수 만~수십만 원에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스타를 사랑하는 팬심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선을 넘는 행위가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ifc몰, 서점에 촬영 협조를 구한 제작진이 멤버들과 함께 입장했고, 곧 DSLR을 든 홈마들이 뒤따랐다. 그들은 서점 곳곳을 뛰어다녔고, 방문객들이 편히 책을 읽을 수 있게 설치된 소파에서 시끄럽게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들이 연예인을 따라 움직이고 셔터를 누를 때마다 경호팀의 경고가 날아왔다.

미소를 띈 시민들의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서점 직원들에게 처음 이의를 제기한 70대 A씨는 “방송 촬영이라는 건 알겠지만 이렇게 시끄럽게 해도 되는 거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경호팀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다. 위험물을 소지하거나 난동을 부리지 않는다면 주의를 주는 이상으로 제재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이날 촬영을 마치고 나가려는 트와이스 멤버들에게 남성 팬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경호원들은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제지할 뿐이었다. 촬영을 막지도 못했다. 서점을 방문한 30대 B씨는 “경호원들이 애초에 출입을 통제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제작진과 경호팀의 부실한 관리 속에 애꿎은 시민들만 불쾌함을 호소했다.


언론사 명함을 위조하는 홈마도 있다. 7년차 연예부 기자 C씨는 “(팬이) 이전 직장 데스크 기자의 명함을 파서 행사장에 들어갔다가 바로 들킨 사례도 있다”며 “기사에 이름과 메일 주소, 회사명이 다 나오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명함을 위조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기자 D씨는 “연예 현장에 가보면 기자를 사칭한 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심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돌 팬덤에서도 홈마들의 행동은 문제가 된다. 자신을 BTS 팬이라고 밝힌 한 20대 여성은 “사생팬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데 홈마들도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아이돌의 인기가 여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이다. 뜨거운 인기를 뒷받침해줄 성숙한 촬영 문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많이 요원한 것 같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