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양심 없나" "대체복무 기간은" 곳곳서 갑론을박

      2018.11.18 17:28   수정 : 2018.11.18 21:16기사원문

헌법재판소의 지시에 따라 내년 말까지 새로운 대체복무안을 만들어야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양심적'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리와 대체단어를 찾아 반대여론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게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갈등의 폭을 줄여야 대체복무 절차나 기간 결정에 대한 사회적 비용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심'을 대체할 용어는?

18일 각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의 대체용어에 대해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한' '개인적 신념에 따른' 등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신운환 한남대 법학부 교수는 '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단어를 제시했다.
신 교수는 지난달 개최된 대체복무제 도입관련 공청회에서 '양심적'이란 표현에 대해 "사실상 (병역거부자들을) 비호하는 셈이며, 이 같은 의도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우리 국민들의 국어 상식과 정서를 무시한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에 대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여론을 일부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다. 국방부는 '양심에 따른' 또는 '양심을 이유로 한'이란 표현을 예시로 제시했다. '도덕적인 마음을 가진' 병역거부라고 해석될 수 있는 기존 단어에 비해서는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비교적 주관적인 것으로 정의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양심 대신 '종교적 병역거부'를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병역법 위반 사유 중 특정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99%를 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비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을 지칭할 단어가 마땅치 않은 데다, '양심의 자유'에 무게를 둔 헌법재판소의 판결 요지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 선정으로 인한 갈등보다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용석 전쟁 없는세상 활동가는 이번 계기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해가 커질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전문가들의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한데, 그 과정이 부실해 갈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씨는 "헌법 내 '양심의 자유'는 모든 국민의 권리로, 논의 없이 단어만 바꾼다면 똑같은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며 "헌법과 일상적 용어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것은 당연할 수 있으나, 법률 전문가나 정치인, 언론은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복무 기간·양심 판단' 과제 산적

용어 외에도 대체복무안에 대한 갈등도 깊다. 정부 안에서도 의견이 갈릴 정도다.

국방부는 대체복무 기간 36개월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군의관, 산업기능요원 등의 대체복무 기간(34~36개월)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기간이 짧다면 병역 기피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는 현역 복무보다 1.5배 수준인 27개월을 주장한다. 이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도 오는 19일 정경두 국방부장관을 만나 대체복무안을 두고 논의를 할 예정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도 "사실상 징벌적 대체복무안"이라며 "국제기구 기준을 벗어난다"며 우려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대비 1.5배와 2배로 실시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오차 범위 내로 비슷했다. 여론도 팽팽한 셈이다.


갈등의 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청자의 양심 여부를 철저히 판단할 수 있는 통합기구의 구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신건강의학자, 심리학자, 헌법학자가 주축으로 구성돼 길게는 1년까지 심사를 거치는 독일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독일과 국방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국내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며 "(병역거부자가) 헌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의 자유'를 내세우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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