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는 셰프, 건강한 음식은 의사에게 배워야 제맛

      2018.11.22 17:03   수정 : 2018.11.22 17:07기사원문

"세상은 점점 더 이상하게 흘러간다. 유방암이 더 많이 생기고 있다. 특히 젊은 사람의 유방암 발병이 늘어난다.

사람들의 식생활은 더 안좋게 흘러간다. 사람들이 말로는 건강한 음식을 찾지만 병이 걸린 뒤에도 쉽게 식습관을 바꾸지 못한다.
TV에선 요리 프로그램이 넘쳐나지만 흥미 위주이고 건강 측면에서 보면 지극히 불량하다. 요리사가 나서서 추천하는 맛 위주의 음식은 건강하지 않다. 그런데 소비자들도 그런 음식을 좋아한다. 건강하지만 벌레 먹고 말라 비틀어진 농산물은 중간상인들 손에서 이미 버려진다. 농민들은 건강하지 않지만 보기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세상은 악순환을 거듭한다. 이제는 의사가 나서서 사람들의 입맛을 건강하게 단련시켜야 한다."

오랫동안 외과의사로 살아온 저자 임재양 경북대 의학교육과 외래교수(사진)는 세상 사람들의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위해 이제는 셰프가 아닌 의사가 나서야 한다며 이 책을 썼다. 수년간의 경험을 사례로 해서 나타난 결과물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식문화의 중요성, 식이섬유, 채식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와 환경호르몬 배출, 비만과 다이어트에 이르기까지 제1, 2, 3의 식탁을 뛰어넘는 제4의 식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왜 의사가 농사에 대해, 먹거리에 대해,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까. 저자는 먹는 것이 생활습관병의 원인이지만 무엇이 부족하니까 보충하고, 무엇을 먹으면 건강하다는 기존의 영양학적 접근 방법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이제 의사는 환자에게 분석적이고 영양학적인 음식을 권유할 것이 아니라 약 처방과 더불어 환경호르몬 배출에 좋은 음식에 대해 얘기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한 병들의 출현이 많아지자 건강한 먹거리 재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직접 요리를 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들, 그리고 자신이 어렵지 않게 25㎏ 이상을 감량한 비법, 난치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왜 의사가 사람들의 입맛에 나서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건강한 음식 재료를 구할 정보력이 없다. 그냥 소문으로 유기농 매장을 찾아서 비싼 돈 주고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으면 건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의사가 병의 종류에 따라 어떤 환경에서 자란 재료를 어떻게 요리해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환경호르몬의 역습을 받은 현시점에서 필연적으로 해결점을 찾아 알리고자 한 것이 의사인 저자가 책을 쓰게 된 이유다. 저자는 "맛 위주가 아니라 건강 위주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땅도 살고, 농사도 살고, 우리 몸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더 나아가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점인 환경오염, 천문학적인 처리비용, 결국은 인간의 질병 증가에 대해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갖도록 의사가 앞장서서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밥상이 '제1의 식탁'이라면, 좀 더 좋은 먹거리(유기농)을 찾아다닌 시기가 '제2의 식탁'이다. 그리고 환경도 살리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생각하고, 원래 고유의 식재료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요리사가 주도적으로 식탁을 차려내야 한다는 것이 '제3의 식탁'이다. 식이섬유의 놀라운 효과를 아는 의사가 나서서 그 효능을 설명하고, 농부들은 그런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그런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그런 식탁, 의사가 주도해서 건강한 먹거리를 알리는 것이 바로 '제4의 식탁'이다.


저자는 '제3의 식탁'을 쓴 요리연구가 댄 바버가 운영하는 블루힐 레스토랑에 찾아가 맛보고 느낀 점 등 적극적인 체험담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자신의 다이어트에도 운동보다 음식 조심이 우선이었고 의사들에게 대변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설명하며 매일 많은 양의 대변을 보고 있는 자신의 에피소드를 곁들이는 등 재미있게 글을 썼다.
독자들이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저자의 배려가 빛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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