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참패… 대만, 탈중국·탈원전 제동

      2018.11.25 17:48   수정 : 2018.11.25 17:48기사원문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탈중국 기치를 내건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24일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25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의 최종 당선자 발표에 따르면 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은 22개 현·시장 자리 중 3분의 2에 달하는 15곳을 차지했다. 6곳 확보에 그친 집권 민진당은 특히 지난 2014년 민진당 후보가 당선됐던 두 직할시인 가오슝과 타이중에서 국민당 후보가 파란을 연출하고 당선됨에 따라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현·시장 선거의 정당 지지율에서도 국민당은 48.8%로 39.2%에 그친 민주당을 크게 앞섰다.특히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탈원전 정책 관련 국민투표도 유권자들의 반대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차이 총통은 전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 자리에서 사퇴했다.

■민진당 참패 '탈중국 심판' 영향

대만 유권자들이 차이잉원 총통의 탈중국 기조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독립'을 강령으로 한 민진당 소속인 차이 총통은 집권 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탈중국화' 정책을 적극 펼쳤다.

차이 총통의 이같은 정책은 경제·외교·군사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해온 중국의 대공세로 수세에 몰렸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인근에서 수시로 무력시위성 군사 활동을 벌인 데 이어 대만 수교국들이 대만과 단교하도록 유도해 대만에 대한 외교적 고립을 압박해왔다. 대만 유권자들은 극한으로 치닫는 양안 관계에 부담을 느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민진당을 심판한 셈이다.

전 중국사회과학원 대만연구센터 주임 위커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결과는 평화로운 양안 관계에 관한 대만인들의 바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양안 관계에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림픽에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 이름으로 나가자는 대만의 국민투표가 부결된 점도 탈중국화 정책에 대한 피로감을 반영했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대만'(Taiwan) 이름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항목에 찬성한 이들은 476만여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5%인 493만명을 밑돌았다. 대만의 국민투표는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이 동의해야 통과된다. 이번 투표는 대만인들에게 사실상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의지를 묻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대만 유권자들은 현상 유지를 선택했다.

탈중국화 외에 탈원전 등 정책 실패와 경기부진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도 이번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차이잉원 정부 집권 이후 대만은 전기법에 원자력발전소 운영 중단 시기를 못 박았는데 이날 국민투표에서 해당 전기법 조항을 없애자는 국민투표 항목이 통과됐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차이잉원 조기레임덕 우려

이번 선거 참패로 차이잉원 총통의 레임덕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6년 집권한 차이 총통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는 이전 2014년 선거 결과와 완전히 정반대로 뒤집힌 결과를 보였다. 당시 집권 국민당은 6곳 확보에 그친 반면 민진당은 22개 시·현 가운데 13곳을 석권한 바 있다.
차이 총통이 유권자들의 냉혹한 심판을 받으면서 향후 정국 장악력도 급속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의 2020년 재선 가능성도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쿵이 대만 중국문화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SCMP에 "민진당 강경파들은 차이 총통 대신 라이칭더 행정원장을 다음 대선에 출마시키기를 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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