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에 치명적인 난청 … 유전자와 CMV 감염 조기검사로 평생 장애 막는다

      2018.11.27 11:53   수정 : 2018.11.27 11:53기사원문

난청은 노인성 질환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어르신이 보청기를 착용하는 질환으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난청 환자의 약 55%는 60세 미만의 젊은층에서 발생하고, 이 중 절반가량은 선천성 난청으로 유전적 또는 비유전적(다른 질환에 의한 2차성 발병 등) 원인으로 나타나게 된다.

선천성 난청은 출생아 1000명당 3명 꼴로 유병률이 높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언어장애에만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발달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10월 신생아 청각선별검사가 전체 신생아를 대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기존 검사법으로는 자동화청성뇌간반응(AABR) 검사와 일과성유발이음향방사(TEOAE) 검사가 있다. AABR 검사는 아기 피부에 전극 3개를 붙인 후 음향에 뇌가 반응하는지 뇌파를 측정한다.

검사시간이 짧고, 비침습적이며, 중이·외이의 이물질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장점이다. TEOAE 검사는 달팽이관과 청각유모세포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일과성자극음을 들려준 뒤 달팽이관의 외유모세포 반응을 살핀다.

정상인은 100% 반응하지만 30~40dB 이상 청력이 손실된 경우 반응하지 않는다. 결과가 재검으로 나올 경우 다시 청각선별검사를 받거나 정밀청각검사를 받게 된다. 과거와 달리 검사기기도 대부분 자동화되고 정확도도 많이 개선돼 재검률은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특정 주파수에 난청이 있거나, 전정도수관확장증·중이염 등이 있는 신생아는 청력저하가 보임에도 통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난청이 확진된 환아는 유전자 검사와 CMV 검사를 통해 난청의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선천성 난청의 절반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부모에게 난청이 없어도 난청 유전자를 가진 보인자라면 자녀에게 발현돼 난청이 발병할 수 있어 유전자검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대표적 난청 유전자인 GJB2 유전자의 특정 돌연변이는 원인 불명의 청각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선천성 난청 어린이 100명 중 4~5명은 GJB2 유전자결함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보인자이거나 모두 보인자이면 자녀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25%가 넘는다.

따라서 청각·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부모의 자녀에게 난청 유전자검사는 필수이며, 정상인 부모는 보인자 확인을 통해 2세의 난청 가능성을 미리 확인하여 조기에 대비할 수 있다.

임상연구를 통해 한국인에게 발생 빈도가 높은 유전자들(GJB2, SLC26A4, 12S rRNA, CDH23, TMPRSS3)이 선별되고, 유전자 검사에 활용되면서 검사의 선별 수준도 높아졌다. 유전자 분석기술의 발전은 여러 유전자의 동시검사를 가능하게 하였고 검사 시간도 대폭 단축시켰다. 더불어 건강보험까지 적용되면서 그 동안 유전자 검사가 가졌던 고비용에 대한 부담도 해소되었다.

선천성 난청은 생후 6개월 이전에 재활 및 치료를 시작하면 정상인과 유사한 수준의 언어능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때를 놓치면 청각이 약화되면서 말하는 것도 어려워져 장차 언어장애 상태에 놓이게 되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심신발달이 저조해지기 십상이다. 선천성 난청 의심군에게 최소 생후 6개월 전에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비유전적 선천성 난청의 원인으로는 영유아의 두개안면부 기형(craniofacial deformities), 심한 호흡곤란증, 고농도 산소치료 경험, 저체중 등이 꼽힌다. 산모가 임신 중 풍진·매독에 감염되는 것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엔 유아의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 감염에 의한 선천성 난청의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 CMV는 전세계 성인의 60% 이상이 일생에 한번은 감염되는 포진바이러스 계열의 병원체로 일단 감염되면 평생 몸 속에 잠복상태로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감염질환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산모가 CMV에 감염되면 태아의 약 40%가 수직감염돼 매년 신생아 150명당 1명꼴로 CMV에 감염되어 태어난다. 이로 인해 유산, 영아의 난청·시각장애·소두증·성장지연·뇌성마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1994년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영아청력협력위원회(JCIH)는 조기 청각검사가 필요한 난청 고위험군의 10가지 요소를 정의했다. 그 중 가족력이 고위험 요인의 절반, 태아 CMV 감염이 21%가량을 차지한다고 지목하며 난청 증상을 보이는 영유아는 반드시 CMV 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특히 선천성 난청은 태아기때 CMV에 감염(선천성 감염)된 신생아에서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선천성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출생 후 4주 이내에 검사받는 게 가장 좋다.

선천성 난청은 조기발견이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에 검사를 통한 난청의 선별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정확한 원인 분석은 그에 맞는 재활과 치료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 청각검사와 함께 유전자 검사와 CMV 검사가 병행되어야 한다.

신생아는 스스로 의사 표현이 불가능하여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처가 더욱 요구된다.
미국의 경우 선천성 난청의 조기 진단·치료 중요성을 인지하고 생후 3개월 이내 모든 신생아에게 난청 선별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