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현실 감안 못한 ‘국제회계기준’과 차라리 이혼하자"
2018.11.27 17:14
수정 : 2018.11.27 17:14기사원문
"애초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받아들인 IFRS(국제회계기준)가 최근 대우조선해양,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서 보듯 이해당사자 간에 여러 혼선과 논란을 낳고 있다. 이제라도 국내 정서에 맞도록 IFRS 보완이 절실하다. 현실을 감안치 못한 IFRS와는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27일 파이낸셜뉴스와 한국공인회계사회 공동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10회 국제회계포럼'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공인회계사들의 수장으로서, IFRS로 인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여러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삼바 사태 IFRS 도입 이후 생긴 부작용
최 회장은 "과거 회계 컴플라이언스 중심인 규정 중심의 회계방식 대비 유연하고 다양한 경제현상을 일관되게 반영할 회계기준 대안으로 원칙 중심인 IFRS가 도입됐다"며 "그러나 오히려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전문가들 간 입장이 상이하다보니 감독당국의 판단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운을 뗐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꼽았다. 대우조선해양은 그간 수익인식 방법을 매년 n분의 1 식으로 적용해왔으나 IFRS 도입 이후 추정제재 원가방법을 적용했다. 이후 수주 단절이 발생하며 앞서 발생한 이익이 부풀려지게 돼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로 편입되느냐의 판단 문제로 현재 분식회계 논란으로 거래정지된 상태다.
최 회장은 "두 기업 모두 논쟁의 근간이 IFRS 도입 이후에 이뤄진 회계처리에서 벌어졌다"며 "IFRS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전문가의 판단을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분식회계 논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FRS가 도입된 배경이 유럽 내 16개 거래소의 각기 다른 회계기준을 통일하자는 취지였다. 실제 통일되지 못한 부분에선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자라는 게 당초의 도입 목적"이라며 "이처럼 하다 만 숙제인 IFRS를 한국이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중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받아들이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금이라도 보완을 제대로 해서 회계처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IFRS가 일부 대기업의 경우 정치적으로도 악용될 소지가 있는 이른바 '정치적 회계화'의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문가의 견해가 각기 다른데 정치적 이유로 선호하는 전문가의 의견만 선호하게 될 경우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 규제와 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에 대해서도 규제를 받는데, 여기에 반기업정서까지 더해 의외로 회계처리 문제가 정치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과거처럼 규정 중심으로 복귀해야
최 회장은 IFRS의 부작용에 대해 "도입국인 유럽조차도 최근 회의적인 분위기가 짙다"며 "지금이라도 이를 보완하거나 과거처럼 규정 중심의 회계체제로 복귀해야 하는 과도기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05년 당시 IFRS를 도입한 EU 국가 과반수가 현재 별도 재무제표에서 자국 회계기준만 사용하거나 IFRS와 자국회계기준을 병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IFRS 회의론이 짙어진 배경에는 최근 유럽에 상장한 기업들의 80%가 무형자산이기 때문"이라며 "밸류에이션에 따른 기업가치가 천차만별인데 4차산업 기업들은 아이디어 등 무형적 자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미래현금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국내에서도 이를 반영해 보완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제 IFRS와 관련해서 가장 큰 이해당사자로 꼽히는 감독기관, 재무정보 이용자, 회계처리 기업, 감사 등 각기 다른 네 주체가 처한 입장이 다르다보니 이해상충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서도 보듯 감독기관, 회계사, 기업 등 각 주체의 판단 중 누가 옳다고 하기가 참 어렵다. 결국 판단은 검찰, 법원의 몫"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IFRS 접근방식보다 규정 중심으로 복귀해서 다시 컴플라이언스 중심이 옳다는 생각도 든다. 자산평가는 펀드매니저 등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맡는 방안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외에도 IFRS에 대한 전문가적 판단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 새로운 룰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과연 원칙 중심 회계가 법률환경, 국민정서와 비교해서 우리와 맞는지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김경아 팀장, 강재웅 차장, 이정은 김미정 김현정 강구귀 최두선 기자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