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명예’의 전당인가

      2018.11.28 17:11   수정 : 2018.11.28 18:46기사원문

설문조사를 해보고 싶다. 511승을 올린 투수와 110번의 완봉승을 기록한 투수 가운데 누가 더 위대할까? 당신이라면 누구에게 한 표를 주고 싶나.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 투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통산 153승, 15번의 완봉승을 기록 중이다.

야구의 석기시대에 남겨진 기록이긴 하지만 500승을 하려면 매년 25승씩 20년 연속해야 가능하다.

이 투수의 20승 이상 시즌은 15회다. 커쇼가 20승 이상을 올린 시즌은 두 번뿐이다.

어떡하면 110번의 완봉승이 가능할까? 이 투수는 한 해 11번의 완봉승을 남긴 적도 있다. 한 시즌 11승이 아니라 11번 완봉승이다. 커쇼의 한 해 최다 완봉승은 3회다.
511승을 기록한 투수는 사이 영(1867~1955)이다. 110완봉승을 남긴 투수는 월터 존슨(1887~1946)이다.

사이 영은 1936년에 실시된 첫 '명예의 전당' 투표서 탈락했다. 겨우 49.1%를 얻었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려면 최소한 75%를 득표해야 한다. 사이 영은 이듬해 76.12%로 3명 중 꼴찌로 이름을 올렸다. 사이 영에겐 도저히 깨어질 수 없는 두 가지(혹은 그 이상) 기록이 있다.

통산 511승과 7356이닝 투구 횟수다. 커쇼는 11년간 메이저리그서 뛰었다.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해는 2013년으로 혼자 236이닝을 소화했다. 사이 영의 투구 횟수를 따라잡으려면 31년을 쉬지 않고 같은 페이스로 던져야 한다. 110완봉승의 주인공 월터 존슨은 첫 해 83.63%로 '최초 5인'의 영광을 차지했다.

'명예의 전당'은 영어로 'Hall of Fame'이다. Fame은 우리말로 명성을 의미한다. 평판(reputation)이라는 의미가 다소 담겨있으나 인기 쪽에 더 가깝다. 그런데도 '명성의 전당'이 아닌 '명예의 전당'으로 변역한 것은 절묘한 단어 선택이었다.

'명예의 전당' 헌액 투표는 미국 야구기자협회 회원들에 의해 실시된다. 야구 취재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이들은 단지 선수들의 기량만 보고 표를 주지 않는다. 인품이나 진실성, 스포츠맨십을 함께 평가한다(정관에 명시돼 있다).

기량만 놓고 보면 사이 영이나 월터 존슨은 당연히 최고 득표를 받아야 한다. 이들은 앞으로 야구라는 스포츠가 존속할 때까지 도저히 깨질 수 없는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한 사람 그런 인물이 있다.

배리 본즈(54)는 통산 762개의 홈런을 때렸다.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다. 올해 내셔널리그 홈런왕 놀란 아레나도(38개.콜로라도)가 20년 연속 같은 수의 홈런을 때려내도 2개가 부족한 수치다. 본즈는 2001년 한 해 7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역시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다.

또한 본즈는 2558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그 가운데 688개는 고의 볼넷이었다. 모두가 신기록이다. 그러나 본즈는 '명예의 전당' 투표서 번번이 낙방했다. 자격을 가진 첫해 36.2%에 그쳤고, 6년째인 올해 56.4%에 머물렀다.
아마도 본즈는 영영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할 것이다. 금지약물을 사용하여 자신의 경기력을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명예'의 전당이 옳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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