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경제제재 맞은 러시아, 정·재계 뭉쳐 '자력갱생'

      2018.11.29 14:22   수정 : 2018.11.29 14:22기사원문
지난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정부가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들을 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방 세계가 제재로 러시아 내부 분열을 꾀했지만 정부와 재벌이 이권과 자금을 맞바꾸면서 오히려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됐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00억달러(약 112조원)를 들여 추진하기로 한 사회기반시설 건설 5개년 계획에 올리가르히들의 투자를 받아 부족한 정부 예산을 메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오는 2021년까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현재의 2배 수준인 3.1%로 올리기 위해 막대한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사업 대기업 줄이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28일 투자자 컨퍼런스 연설에서 경제 발전을 위해 "우리는 우리가 지닌 자원에 의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공개된 정부 계획에 의하면 진행 중인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들어가는 자금 가운데 약 절반은 국내 민간 자금이다.

이러한 개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북위도 철도다. 북위도 철도는 북극해와 접한 러시아 중북부 야말반도와 러시아 동쪽 사할린을 연결하는 482㎞ 길이의 철도로 원래는 소련시절 북극해 인근 군사기지 보급을 위해 강제수용소 노동자들을 투입해 짓던 철도다.
해당 공사는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서기장이 사망한 1950년대 이후 중단됐으나 최근 야말반도에서 천연가스 개발이 활기를 띄면서 다시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최대 민간 가스기업 노바텍은 북위도 철도 공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노바텍 주식의 23%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유명한 게나디 팀첸코 전 노바텍 최고경영자(CEO)가 쥐고 있다. 이들 대부분 역시 서방의 러시아 제재 명단에 올라가 있다.

■제재효과? 정·재계 더 끈끈
주목할 점은 이같은 사업가들이 자발적으로 정부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노바텍은 철도 건설에 투자한 대가로 통행료 수입을 챙기게 됐고 다른 대기업들도 세제혜택 등을 약속받았다. 러시아 싱크탱크 경제전문가그룹의 알렉산드라 수슬리 재정정책 담당은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마음에 든 사업가들을 지원하면서 서서히 충성심을 주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현지 싱크탱크인 정치기술센터의 알렉세이 마카로프 애널리스트는 서방이 러시아의 분열을 위해 경제제재를 기획했지만 막상 러시아 엘리트들은 서방에 의해 포위당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방의 정책이 "분열을 뿌리는 교과서적인 전략이지만 러시아에서는 먹히지 않았고 러시아 엘리트들은 여전히 뭉쳐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신용평가사인 ACRA의 맥심 쿠달로프 국장은 "러시아 대기업들이 제재시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기대야 한다"며 "정부와 협력하면 제재를 감수해야 하지만 협력하지 않으면 파산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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