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로 먹고살던 군산 "전기차도 싫다, 다른업종 들어와야"
2018.12.02 17:35
수정 : 2018.12.02 21:41기사원문
【 군산(전북)=오승범 기자】 "쿵쿵 꽝꽝." 정오 무렵 난데없는 소음이 귓전을 울렸다. 6차로 왕복도로와 접한 약 300m 상가거리에 흐르던 적막도 일순간에 깨졌다. 지나가는 사람과 차량도 거의 없어 더 크게 들리는 듯했다. 소리를 쫓아 발길을 멈춘 곳은 대형 삼겹살식당 앞. 이제 막 시작한 식당 내부시설 해체와 여기서 나온 폐품들을 트럭에 싣는 소리였다. 철거현장 바로 앞에선 폐업한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씁쓸한 표정으로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다. 전북 군산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한 오식도동을 찾아간 지난달 27일 목격한 광경이다.
이 일대는 산업단지 입주기업 직원들이 숙소로 활용했던 원룸단지를 배후로 둔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1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이어 올해 5월 31일 한국GM 군산공장 등 1년도 안돼 매머드급 생산기지들이 문을 닫으면서 오식도동의 원룸단지와 상가지역이 일거에 초토화됐다.
■자동차 협력사 절반이 가동중단
지역단체 관계자와 현지 주민들은 자동차산업 전반에 닥친 위기가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입을 모았다. 군산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자동차 관련기업 60여개사 중 이미 절반가량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뿐 아니라 군산 타타대우상용차와 쌍용차 평택공장의 생산량 감소 등으로 버티지 못했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실제 군산 타타대우상용차의 경우 올해 상반기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0% 가까이 줄었다. 이런 영향으로 연간 매출 1000억원을 웃돌던 이 지역의 한 자동차 부품기업은 올해 9월까지 누적 매출이 200억원에도 못미쳐 직원들을 대거 내보내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한국경제의 중추인 자동차산업과 조선업이 휘청이면서 청년취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김영철 군산대학교 산학협력단장(기계자동차조선해양공학부 교수)은 "자동차산업 관련 공동연구과제 등 협력사업이 20% 넘게 줄었다"면서 "군산대학교 졸업생 취업률은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여파 등으로 10% 정도 줄었고, 올해는 한국GM 후폭풍까지 더해져 취업률이 더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 업종은 NO"
자동차와 조선산업 위기로 촉발된 대규모 일자리 감소는 상권 붕괴와 집값 하락은 물론 지역 대학생들의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도화선이 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한국GM 군산공장 부지 매각 향방에 상당히 관심이 높았다. 다만 자동차산업은 안된다는 기류가 짙었다. 자칫 제2의 한국GM 군산공장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내재된 탓이다.
기업인, 대학교수, 일반시민 등 70여명이 모여 군산지역 발전방안을 논의하고 시에 건의하는 비영리단체 '지역경제발전회'의 홍순경 회장은 "고용안정과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이 군산공장 부지를 인수해야 지역경제가 부활할 수 있다"면서 "자동차업종은 적정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GM 군산공장의 전기차 생산기지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전반적으로 자동차산업은 더 이상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없다는 거부감이 팽배해 보였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