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로 스크린으로… 돌아온 ‘호두까기 인형’의 계절

      2018.12.09 17:48   수정 : 2018.12.09 17:48기사원문


올해도 이제 2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맞아 다양한 공연과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다. 특히 올해는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환상동화 '호두까기 인형'이 발레와 영화 등 장르를 넘어 다채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유니버설발레단이냐, 국립발레단이냐

연말마다 국내외 발레단들은 어김없이 '호두까기 인형'을 들고 관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원작 동화의 내용이 한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다 장난감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랜드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가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에 좋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가장 기본 버전은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이 여기서 조금 더 보완된 버전인 마린스키 발레단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을 기반으로 1986년부터 32년째 작품을 올리고 있다. 올해 공연은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11일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9회에 걸쳐 진행된다.특히 올해는 마리우스 프티파 탄생 200주년으로 더욱 정교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펼쳐지는 클라라의 집을 배경으로 1막에서는 스토리 위주의 전개가, 2막에서는 정통 클래식 발레의 향연이 펼쳐진다.

매년 공연되는 '호두까기 인형'은 신예 발레 스타들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지난달 '라 바야데르'로 눈도장을 찍은 발레리나 서혜원이 이번 작품으로 주역 데뷔 무대를 갖는다. 또 '발레계의 조성진'으로 불리는 발레리노 임선우도 당찬 데뷔 무대를 갖는다.

국립발레단도 오는 15일부터 25일까지 11일간 14회에 걸쳐 예술의전당에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국립발레단 작품은 천재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1966년 안무작을 바탕으로 하는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버전이다. 이 버전은 주인공 마리를 크리스마스랜드로 안내하는 마리의 대부 드로셀마이어와 왕자로 변신하는 호두까기 인형에 대한 해석이 다른 버전과 다소 다르다. 안무가 자신의 서사적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드로셀마이어 역은 자칫하면 유치하게 흘러갈 수 있는 클래식 발레 구성에 '마법사'라는 각 장면의 개연성을 부여해 어린이를 위한 발레가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원전 동화에 충실하게 주인공 마리가 크리스마스 날 꿈속에서 왕자를 만나 크리스마스랜드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로 풀어간다. 이 공연의 핵심은 2막 초반에 진행되는 각 나라 인형들의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상관없이 펼치는 춤의 향연)이다. 드로셀마이어의 마법으로 생명을 얻어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된 인형들이 각 나라들의 전통 춤을 선보이며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올해 국립발레단 공연에선 신예 정은영와 조연재가 주역 데뷔한다.

■올해는 영화 '호두까기 인형'도

이번 겨울에는 '호두까기 인형'을 영화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디즈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실사 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을 통해서다. 지난 6일 개봉한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스크린에 옮겨 새롭게 재탄생시킨 작품으로 원작과는 다른 스핀오프 형식의 새로운 스토리를 선보인다.

영화 속 주인공 클라라는 대부 드로셀마이어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다가 돌아가신 엄마의 마지막 선물을 열어줄 황금열쇠를 찾아나서게 된다. 대부에게 건네받은 황금실을 따라 마법의 세계로 들어간 클라라는 호두까기 병정과 함께 사탕의 왕국, 꽃의 왕국, 얼음의 왕국을 지나며 환상적인 모험을 즐긴다. 그러나 엄마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얻기 위해선 모두가 두려워하는 네번째 왕국으로 가야만 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클라라는 화려한 무도회나 예쁜 드레스를 좋아하기보다 기계를 발명하고 낯선 숲과 절벽에서도 두려움 없이 전진하는 호기심 많은 '과학 소녀'로 등장한다. 여기에 세계적인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와 18인의 무용수가 함께한 극중 퍼포먼스 장면이 더해져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의 개연성도 더했다.
관객에게 익숙한 차이콥스키 음악에 맞춰 영화 속 무용수들은 '4개의 왕국'을 각기 다른 춤으로 표현해낸다. 배경음악도 발레에 사용되는 차이콥스키 음악을 현대적으로 편곡했다.
마지막 곡은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그의 아들과 함께 부른 감미로운 듀엣곡 '폴 온 미(Fall On Me)'로, 마치 클라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아름다운 가사와 보첼리 부자의 천상의 하모니가 더해져 가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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