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총학 "경인중 대자보 훼손 사건 종료..백래시 굴복 아냐"
2018.12.11 14:22
수정 : 2018.12.11 14:22기사원문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서울 경인중학교 남학생들이 교내 캠퍼스에 게시된 페미니즘 대자보를 훼손한 건과 관련, 경인중학교 측이 진심 어린 사과를 거부했지만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숙명여대 총학은 전날 오후 내부 게시판에 “경인중학교 대자보 훼손 사건의 종료를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총학은 “우리는 경인중학교 교감과 통화했다”며 “교감은 사과문 요구 공문 회신 의사를 물은 총학생회장에게 ‘회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는 우리가 요구한 사과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감은 대중들의 숙명여대를 향한 여론을 언급하며 이 일을 길게 끌면 숙명여대 측의 손해가 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이에 우리는 사건 해결의 의지가 전혀 없고 숙명여대에 부정적인 여론을 언급하며 우리를 협박하는 경인중학교와는 더 이상 사건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가 백래시(반발)에 굴복한 것은 아니다”라며 “비록 우리는 경인중학교의 진정 어린 사과를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우리와 함께 하는 학우들의 연대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많은 학우들이 상처받고 지쳤다”면서 “이 일을 무리하게 끌고 가는 것이 학우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일보 전진을 위해 잠시 멈추겠다”고 했다. 아울러 “페미니즘이 상식이 되는 세상을 고대하며 연대를 부탁한다”며 “외부의 탄압에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 더 단단한 우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경인중 학생 41명(남 24명·여 17명)은 숙대 학과 탐방을 하던 중 영신관 앞에 붙은 탈코르셋 관련 대자보에 '지X', '너도 못 생김' 등 비속어·비방 낙서를 남겨 논란이 됐다.
이후 경인중 측은 "'한국 남자를 죽인다', '관음하는 그 성별의 눈을 찌른다', '한국 남자 못생겼다' 등의 문구를 보고 일부 학생들이 해당 문구를 남긴 것"이라며 "이를 발견한 인솔자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고 즉시 문구를 삭제하도록 했지만, 일부 문구가 남은 것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숙명여대 측에 사과했다.
하지만 숙명여대 총학은 “인솔 교사가 주의를 줬다는 이야기는 거짓이고 남학생들의 자필 사과문과 인솔 교사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이 부재하다”면서 “경인중 측은 사건의 본질적 원인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제대로 된 사과문을 요구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