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령을 넘어 여우숲으로 가면 숲속작은책방이 나타나는 괴산의 비밀
2018.12.13 17:10
수정 : 2018.12.13 17:10기사원문
【 괴산(충북)=조용철 기자】 소박하면서도 거친 산들로 둘러싸인 충북 괴산은 전형적인 산악 지형이다. 그 사이로 남한강의 지류인 쌍천과 달천, 성환천, 음성천 등이 유유히 흐른다. 그야말로 둘러보니 청산이요 굽어보니 벽계수다.
■기암절벽과 노송, 숲이 있는 계곡
쌍곡구곡은 괴산에서 연풍 방향으로 12㎞ 지점의 칠성면 쌍곡마을로부터 제수리재에 이르기까지 10.5㎞의 구간에 호롱소, 소금강, 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마당바위 등으로 이뤄졌다. 보배산, 칠보산, 군자산, 비학산의 웅장한 산세에 둘러 싸여 있고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이 기암절벽과 노송, 울창한 숲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칠보산과 충북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군자산은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선유동 입구에서 관평 방면으로 이동한 뒤 517번 지방도를 따라 좌회전한 후 고갯마루를 넘으면 쌍곡구곡의 상류가 시작된다. 괴산에서는 문경 방면 34번 국도로 15분 남짓 내려오면 쌍곡구곡으로 연결된 517번 지방도를 만날 수 있다. 쌍곡의 제1곡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의 급커브를 형성해 소를 이뤘다. 근처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라 불린다.
쌍곡구곡과 함께 괴산의 대표적인 계곡으로 선유구곡을 들 수 있다. 선유구곡은 송면에서 동북쪽으로 1~2㎞에 걸쳐 있다. 조선시대 유명한 학자 퇴계 이황이 칠송정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9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글자는 없어지고 아름다운 산천만이 남아있다. 선유동 계곡 입구에서 출발, 구곡 중 1곡인 선유동문을 시작으로 2곡 경천벽, 3곡 학소암을 차례대로 만나고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을 지나 9곡인 은선암을 끝으로 계곡 상류인 후문을 빠져나가면 517번 지방도로를 만난다. 중간지점 쯤인 제5곡 와룡폭포 주변으로 볼거리가 많고 휴게소도 있다.
■백두대간의 본줄기 이화령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 사이에 있는 고개인 이화령은 고개가 가파르고 험해 산짐승의 피해가 많아 전에는 여러 사람이 어울려 함께 넘어갔다고 해서 '이유릿재'라고 불렀다. 이후에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다고 해서 이화령으로 불린다. 이화령의 높이는 548m이고, 소백산맥의 조령산과 갈미봉 사이에 있다. 이화령 고갯마루에는 조망이 일품인 휴게소가 있고 고개가 끊어놓은 산자락을 연결하는 생태터널이 지난다. 이화령을 지나 대학 동문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귀농귀촌 마을인 미루마을에 들어섰다. 태양열과 지열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저탄소 패시브 주택 단지로 50여 가구의 같은 모양 예쁜 집들이 마을을 이뤘다. 미루마을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여우를 기다리는 숲인 '여우숲'과 만난다. 여우숲은 여우가 되살아오는 날을 기다린다는 염원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숙박과 거주 공간인 층층나무관, 졸참나무관과 숲까페 여우비, 숲생태체험장 등으로 조성돼 있다. 옥종기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장은 "여우숲은 해발 250~300m 높이에 위치한 숲으로 세계의 많은 장수촌이 위치한 그 고도에 자리 잡고 있다"며 "자연스러운 삶, 자유로운 삶, 평화로운 삶을 구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우숲은 농업법인 숲이랑사오랑이 조성하고 운영하는 공간이다. 뜻있는 주민과 도시인들이 참여해 조직을 만들었고 숲학교 '오래된 미래'를 포함한 여우숲 공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여유숲의 김용규 대표가 시작했지만 이후 마을과 도시인 일부가 선한 마음으로 뜻과 자본, 노동을 보태 여우숲을 만들어갔다. 여우숲에서 먹는 음식과 잠자리, 체험 프로그램, 농산물 모두 직간접적으로 마을 주민들의 소득으로 연결된다. 책방과 북스테이를 함께 운영하는 숲속작은책방은 귀촌한 부부가 가정집을 개조해 지난 2014년 문을 연 서점이다. 서울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며 글을 쓰던 김병록·백창화 부부가 귀촌해 만든 한국 최초의 가정식 서점이자 민박집이다. 이 책방은 가정집 서재와 같은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만나고 공감하고, 소통하며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소중한 공간이다. 3000여종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꽂힌 책에는 부부가 정성스럽게 적은 감상평이 붙어 있어 눈길을 끈다. 다락방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북스테이'가 가능하며, 북아트 만들기, 목공 체험 등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