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워마드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18.12.15 10:00
수정 : 2018.12.15 10:00기사원문
올해 우리 사회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혐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남녀 성대결로 번졌고, 이는 건강한 토론이기보다 서로 물고 물어뜯는 난장판에 가까웠다.
난장판의 중심엔 워마드가 있었다.
2018년 워마드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시기별로 크게 논란이 된 사건을 정리했다.
■ '자리다툼'으로 시작된 홍대 누드모델 몰카…문재인 대통령 합성으로 번져
올해 워마드가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기 시작한 건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부터였다. 5월 1일 워마드에는 한 남성 모델의 나체사진과 이를 성적으로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는 홍익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 중 같은 현장에 있던 동료 여성 모델의 범행이었다. 여성 모델 안씨는 피해자와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이다 감정이 상하면서 보복성으로 누드사진을 유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1심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안씨 측은 우울증과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 23일엔 홍대 누드모델 몰카 피해자 사진에 문재인 대통령을 합성한 게시물이 워마드에 올라오면서 논란은 재생산됐다.
워마드 회원은 '문재인 또한 공연 음란죄 성립하노'라며 문 대통령 합성사진을 올렸고, 배경엔 소라넷 트위터 화면과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모습을 오버랩시켰다.
워마드 회원들은 '미러링'을 주장하며 남성 화장실에 몰카를 촬영해 유포하기도 했다. 이 사실은 한 워마드 회원이 높은 등급의 회원만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올라온 몰카 관련 글을 SNS에 퍼 나르면서 알려졌다.
실제로 고려대와 한양대 등 대학 캠퍼스 화장실에서 찍은 몰카가 워마드에서 공유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또 혜화역 남자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했다며 "남자 경찰들, 남자 기자들 긴장하라"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 성체 훼손부터 낙태인증 사건까지…'파문의 연속'
지난 7월 10일, 워마드엔 '예수xxx 불태웠다'라는 제목의 천주교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이 글의 작성자는 천주교 미사에 사용되는 성체에 낙서하고 불태운 사진을 첨부하며 "여성 억압하는 종교들 다 꺼져라.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 절대 안 된다고 여성인권 정책마다 반발하는데 존중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적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다음 날인 11일 입장문을 발표해 "성체 모독과 훼손 사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천주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나고 심각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또 다른 워마드 회원은 천주교가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기 때문에 부산의 한 성당을 불태우겠다는 협박성 글을 올렸다.
"7월 15일 ㅂㅅ시 ㄱㅈ 성당에 불 지른다"는 제목의 글에서 이 회원은 "천주교와 전면전을 선포한다. 임신중절 합법화될 때까지 매주 일요일에 성당 하나를 불태우겠다"며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채우는 모습을 게재했다.
경찰은 총 3건의 신고를 접수해 'ㄱㅈ'의 이니셜인 성당 3곳에 순찰을 강화했지만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방화예고글에 등장한 휘발유통은 워마드 회원이 직접 촬영한 게 아니라 한 블로거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일주일 후인 17일에는 '낙태인증'이라는 제목의 글과 태아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와 경악하게 했다. 이 사진 속에는 남자 태아와 몸 밖으로 꺼내져 있는 탯줄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태아는 신체 여러 부위를 난도질당해 피투성이 상태다.
작성자는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바깥에 놔두면 유기견들이 먹으려나 모르겠다"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이었다.
이후 태아 훼손 사진은 해외 사이트에서 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남자 태아를 비하하는 의도로 해당 사진을 게시하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으로 조롱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 사건은 큰 충격을 남겼다.
불과 하루 뒤인 18일엔 워마드에서 아동을 살해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또다시 수사에 나섰다. 이 글엔 동래역 앞에서 흉기를 들고 아이를 기다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동래지역 유치원은 학부모에게 주의를 당부했고 다행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 계속되는 몰카 유포…고등학교 기숙사 샤워실까지
워마드의 몰카 논란은 8월에도 계속됐다. 한양대와 고려대 등에 이어 이번엔 연세대가 표적이 됐다. 13일 총학생회는 한 재학생으로부터 워마드에 '연세대 몰카' 등의 문구가 포함된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나흘 뒤인 17일 경찰은 연세대 총학생회로부터 '워마드 연세대 몰카 게시글' 캡처와 함께 고발장을 접수받아 음란물 유포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다. 한달 뒤엔 서대문경찰서가 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 워마드 서버에 대한 통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일부 게시물을 수사하기도 했다.
8월 18일엔 고등학교 기숙사의 남성 샤워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성년자 몰카 사진까지 올라왔다. 몰카 사진에는 피해자 얼굴과 성기가 그대로 노출됐다. 워마드에 남성 몰카가 올라온 적은 있었지만 미성년자 사진까지 올라온 것은 이례적이었다.
'남고 기숙사 샤워실'이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을 올린 이 워마드 회원은 '(샤워실에 설치된) 카메라는 이미 수거해서 지금 수사해도 소용없다"고 적었다. 다른 회원들은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다' 등의 비하성 댓글을 쏟아냈다.
■ 희생자에겐 위로 대신 '조롱'…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 계속돼
10월 20일엔 워마드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해자를 조롱한 글이 게재됐다.
워마드 회원은 '강서구 PC방 사건 피해자 시신 유출됐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먹고 남은 김치통 사진을 올렸다. 가해자에 의해 수차례 칼에 찔린 피해자의 상태를 김칫국물에 빗대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가해자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줘서 먹기도 편했다. 푹 익은 20대라 그런지 좀 짰다" 등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말을 적었다.
이 글 외에도 피해자를 '피방남'이라고 칭하며 외모를 비하하는 글이 올라왔고, 피해자 아버지가 용돈을 못줘서 일어난 일이라며 고인의 아버지까지 모욕하는 글이 속출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12월에도 일어났다. 이달 5일 고양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사고로 1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워마드에는 "쭈꾸미 데치듯 데쳤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고양시가 북한과 가까워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일간베스트에서 문 대통령을 조롱할 때 사용하는 '재앙'이란 표현을 빌려 "화재앙+수재앙은 온수배관파열이노"라고 폄훼했다.
■ 쏟아진 워마드 폐쇄 요청…"남녀 성대결 부추겨"
끝없는 논란에 워마드를 폐쇄하자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만 해도 워마드의 폐쇄와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수십 개 이상 올라온 상황이다.
청와대는 일베의 폐쇄를 촉구하는 청원이 동의자 20만명을 넘겼을 당시 "불법정보의 폐해가 심각한 사이트는 법적 폐쇄 절차가 있다"며 "해당 게시문 차단, 나아가 수사를 통한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하에 형사처벌을 비롯한 민·형사 대응과 게시물 삭제 등 행정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여성을 향한 성범죄가 계속되고 미투운동이 일어나면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여성들이 남성에게 적대적으로 변하자 남성들은 반발심을 갖게 됐고 이는 성대결 격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워마드에는 극단적인 남성혐오와 범죄에 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어서 성대결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워마드를 페미니즘으로 봐서는 안 된다. 페미니즘은 범죄가 아니지 않나. 워마드를 페미니즘으로 보는 것은 페미니즘을 왜곡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