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난민 아니라도 생명 위험하면 인도적 체류 허가해야"

      2018.12.16 09:30   수정 : 2018.12.16 09:30기사원문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본국에 돌아가면 생명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인도적 체류를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이승원 판사)은 시리아 국민 A씨가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단기방문(C-3)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온 A씨는 "시리아가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으로 매우 위험하고, 돌아가면 정부군에 징집돼 결국 죽을 수도 있다"며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자국의 치안이 불안한 상태라거나, 병역에 대한 반감이나 전투에 대한 공포로 인해 징집을 거부하려 하는 것만으로 난민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난민법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난민의 요건으로 규정한다.

재판부는 다만 A씨의 인도적 체류는 허가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내전 중인 자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험에 직면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난민법상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나 처벌 등으로 인해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내려지는 처분이다.

재판부는 또 인도적 체류 허가 여부는 행정소송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간 난민 당국은 난민 신청자가 인도적 체류 허가를 신청할 권리가 없고, 이를 불허했을 때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재판부는 "인도적 체류 허가는 외국인의 출입국 및 체류 관리와 관련한 법 집행으로 공권력 행사임이 분명하다"며 "허가 여부에 따라 외국인의 법률관계에 변동이 생긴다는 점이 명백하므로 A씨에게 이를 구할 신청권이 있다"는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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