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발달장애인 자녀 돌보는 부모, 휴가 없다
2018.12.27 10:16
수정 : 2018.12.27 10:16기사원문
#. 서울 성북 모 중학교 기간제 특수교사 한민숙씨(49·여)는 속이 미어진다. 발잘장애인 자녀 A씨가 올해 모 대학교 기악과에 입학했지만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A씨는 8살 아동과 지적수준이 비슷하다.
한씨는 A씨 학교 상담을 가려해도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본다. 상사는 “자녀가 대학생인데 아직도 학교에 가느냐”고 했다.
한씨는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돼도 학교, 직장에서 상담을 해야 한다. 돌발행동을 일으키는 발달장애인은 가족 돌봄이 꼭 필요하다”며 “직장을 다니는 엄마는 휴가제도 없이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힘들다”고 한숨 쉬었다.
■"휴가 없이 일·가정 양립 어렵다"
성인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도 공무원인 부모는 한 걸음에 달려갈 수 없다. 자녀돌봄휴가는 미성년 자녀만 대상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부모들은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가 학교나 직장에서 돌발행동을 일으켜도 제도에서 제외 돼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처지다.
27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0조는 자녀돌봄휴가를 다룬다. 지난 2017년 3월부터 시행된 자녀돌봄휴가는 공무원 자녀가 초·중등학교 등에 다니는 경우 학교상담, 병원진료를 위해 연 2일이 주어진다. 단, 성인 발달장애인은 대학, 직장에 있기 때문에 해당 제도에서 제외된다.
‘2017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이 부모에게 도움 받는 비율은 21%인데 반해 지적(72.8%), 자폐(98.5%) 장애인은 대다수가 부모 도움이 필요하다.
인사혁신처는 돌봄휴가가 시행된 이후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해 예외조항은 검토해 본적 없다고 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무원의 미성년 자녀에게 학교상담 등이 있을 경우 부모가 참여하기 위해 제도가 설계됐다”며 “학교에서 공식 요청이 오는 경우만 휴가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책임제, 자녀돌봄휴가 필요"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정부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선언한 만큼 자녀돌봄휴가 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자녀돌봄휴가는 공무원만 적용되는 제도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년 자녀돌봄휴가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민간으로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북 모 고등학교 교사 B씨(60·여)는 올해 발달장애인 자녀를 이공계열 대학교에 진학시켰다. B씨의 자녀는 학교 적응을 힘들어 하고 있다. B씨는 “아이가 성인이지만 24시간 돌봐야 하는 중중환자와 마찬가지다”며 “아이가 혼자 병원도 갈 수 없지만 돌봄휴가를 쓸 수가 없다. 학교 수업을 빠질 수 없어 얼마나 많이 (걱정을) 억눌렀는지 모른다”고 가슴을 쳤다.
국내 발달장애인 수는 22만명이다. 이중 성인발달장애인이 17만명으로 전체 발달장애인 75%가 넘는다. B씨는 “발달장애인 가장 취약한 게 사회성이다. 성인기로 자녀가 이행되는 과정에서 부모 돌봄이 필요하다”며 “평생 자녀를 돌봐야하는 부모 입장에서 휴가 정책을 생각해 달라”고 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