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도 가성비'.. 지인·가족과 '조용한 송년회' 증가

      2018.12.28 17:27   수정 : 2018.12.28 17:27기사원문


#. 최모씨(31)는 올해의 마지막 날을 가족과 조용히 보내려고 한다. 최씨는 "인간 관계에 좀 지친 면이 있어 단체 모임을 줄이고, 가족이나 친구 1~2명만 만나는 걸 선호하게 됐다"며 "송년회 모임도 미리 하거나 (이전보다) 줄어들어 시간 여유도 있다"고 전했다.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법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단체' '술'로 대표되던 기존의 송년회에서, 소수의 지인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조용한 연말'을 맞이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속을 따지는 소비 형태가 인간관계에도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송년회 참석 부담스럽다"

28일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성인 남녀 30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4%가 '송년회 참석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56.3%)보다도 송년회에 부담을 느끼는 비율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송년회가 부담되는 이유 1, 2위에는 각각 '분위기 자체가 불편함', '음주 강요'가 올랐다. 회사 등의 단체에서 열리는 송년회의 경우 업무의 일환으로 분류돼 불편할 수 밖에 없는데다, 음주 문화도 여전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회사 등 업무적인 모임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송년회 자체를 지양하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최씨는 "단체로 만나면 너무 술을 마시고 노는 데 집중해서 인간 관계가 더 좋아지는 것 같지도 않다"며 "소소하게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시끌벅적한 송년회를 지양하고, 작은 송년회를 여는 데는 인간관계에도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가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등이 매년 소비 경향을 점치는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올해의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관계의 가성비'를 지목했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는 에너지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으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9'는 이들은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여력과 효용 사이에서 인간 관계의 '가성비'를 따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작은 송년회' 증가할 듯

다른 최모씨(29)는 "모임 비용도 부담되는데, (여럿이) 만나면 술만 마시고 재미가 없다"며 "가까운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실내에서 홈파티를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적은 '작은 송년회'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최근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체성과 큰 차이가 나는 송년회의 경우, 연말 모임을 통해 획득하는 기회비용을 많이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여전히 과거의 (송년회) 방식은 지속되지만, 소수 그룹 중심의 모임도 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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