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명당 900원이라는데… 복약지도 만족하시나요?

      2018.12.30 16:44   수정 : 2018.12.30 16:44기사원문
#. 최근 천모씨(30)는 오른쪽 팔이 저려 A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그에게 목디스크 초기가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천씨는 약국에서 처방전을 보고 놀랐다.

신경안정제가 처방된 것이다. 천씨가 약사에게 이를 묻자 약사는 "A병원이 자주 처방하는 약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만 답했다.
천씨는 "신경안정제라는 말을 듣고 정신질환이 있나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환각 증세를 보이며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다. 이 여중생이 제대로 된 복약지도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의 효과, 부작용 등을 알려주는 복약지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료인들도 현실적으로 복약지도를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복약지도 만족스럽지 못해"

30일 약사법과 업계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환자당 900원의 복약지도료를 받는 게 약사의 의무다.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 지도서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복약지도료는 4741억여원에 이른다.

이를 어길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 부산시 연제구보건소는 숨진 여중생에게 약을 처방한 약국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의사의 경우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주의 사항을 설명할 의무는 있지만 이를 어길 경우 제재하는 조항은 없다.

일부 시민들은 제대로 된 복약지도를 받아본 적이 드물다는 입장이다. 김모씨(35)는 "통풍 치료로 비타민 섭취와 관련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복약지도에 대한 요구는 청와대 청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24일 사망한 중학생의 친척이라 밝힌 여성은 '타미플루 의사가 처방 시 꼭 약 부작용 고지하게 해주세요'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이 여성은 "저희가 원하는 건 타미플루 부작용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일선 병원 의사·약사에게 의무사항으로 고지하게 해 의사·약사에게 주의사항 못 들어서 허망하게 가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현실적 어려움..."더 노력해야"

의료인들은 시민들이 만족하는 복약지도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강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최대한 약에 관해 설명하려 하지만 손님이 밀려 있으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영등포구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씨는 "증상과 처방하는 약에 대한 자세한 상담을 해줘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가능성이 낮은 부작용을 자세히 설명해서 오히려 불안감을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봉규 가천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복약지도료에 매년 5000억원 가까운 공적자금이 집행되고 있다"며 "병원과의 관계 등 어려움이 많겠지만 약사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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