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부모 "사회적 물의 일으킨 점 죄송"
2019.01.03 22:33
수정 : 2019.08.25 14:52기사원문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 압력 등을 주장한 뒤 돌연 극단적 선택을 예고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부모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공개했다.
대학 친구들도 "(신 전 사무관이)한 국민으로써 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 친구였다"며 호소문을 남겼다.
신 전 사무관의 부모는 3일 기자들에게 보낸 사과문을 통해 "저희 아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국민 여러분과 정부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포함한 주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며 "재민이를 무사하게 돌려보내 주신 경찰 소방당국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심성이 여린 재민이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주위에 폐를 끼친 점을 많이 괴로워했다"며 "본인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 나선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커져 버리기도 했고, 스트레스가 심각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려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디 국민 여러분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이후 필요한 모든 조사절차에 성실히 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부모는 "그에 앞서 먼저 하나뿐인 자식이 안정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대학시절부터 신재민을 지켜봐온 선후배 일동'도 호소문을 통해 "저희는 신재민 전 사무관의 2018년 12월 30일 저녁 유튜브 방송 이후 신 전 사무관의 안전을 염려해 마지막으로 연락한 대학 친구들이다"며 "이 자료는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개인적인 우정과 염려로 인해 정리한 의견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이들은 "저희는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순수했던 한 친구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마음먹기까지 겪었던 고통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전 사무관에 대해 뉴라이트 출신이라는 등 사실무근의 ‘찌라시’ 및 가짜 뉴스가 유포되고 있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신 전 사무관이 도움을 호소했는데도 외면했다고 주장했던 민변에게 사과를 전했다. 이들은 "민변에서 이 사건을 거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신 전 사무관의 지인이 민변 소속 일부 변호사님들께 사적으로 연락을 취하여 조언을 받던 와중에 이를 신 전 사무관이 오인한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신재민 전 사무관의 부모께서도 누구보다 무척 안타까워하고 죄송스러워하고 계신다"며 "부디 저희 신 전 사무관의 친구들과 그의 부모의 심경을 헤아려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재민 전 사무관의 친구들로서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며 "현재 가족 및 지인들에게 언론의 연락이 쇄도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이 의견문으로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모든 말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신재민 전 사무관이 학부 시절 활동했던 교육 봉사 동아리에서 조직적 차원에서 변호사 선임 등의 문제에 대해 신재민 전 사무관을 돕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학시절부터 신재민을 지켜봐온 선후배 일동'은 "저희 지인들이 함께했던 대학 동아리는 1969년 종로구청의 부탁으로 고려대 학생들이 근로 청소년들에게 중학과정을 가르치면서 시작된 교육봉사 동아리이다"며 "우리 동아리는 어떠한 정치적·정파적 입장도 표방하지 않는, 순수한 교육봉사 동아리이다. 저희 동아리의 동문회는 이번 신재민 전 사무관 사건과도, 이번 저희의 입장표명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하 호소문 전문
대학시절부터 신재민과 함께 한 선후배 일동 호소문
정부 관계자 및 국민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저희는 신재민 전사무관과 대학 학부시절 교육봉사 활동을 함께 했던 동기와 선후배입니다. 어제 신 전 사무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마음 먹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친구들입니다. 먼저 이 사건으로 많이 놀라고 걱정하셨을 분들께 친구를 대신해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립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은 여러모로 복잡한 사안이고, 저희도 경황이 없는 와중이라 사안에 대해 전부 파악이 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친구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이렇게 서면으로나마 호소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사안의 진실에 대해 논쟁하려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폭로를 계획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저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갓 스무 살적부터 최근까지 신재민이라는 한 인물의 선택을 보아왔기 때문에, 저 친구가 말 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다시 말씀드리고 무엇보다도 이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막고, 한 순수한 친구의 목숨을 살리고자 합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저희와 함께 야학을 운영 했습니다. 모든 것이 미숙하던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우리는 불평등한 구조에 대해 조금이라도 노력하여 바꿔볼 수 있을까 여러 고민을 나누며 야학 활동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그때도, 야학에 모든 것을 걸며 학점도 팽개칠 정도로 열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야학 학생들에게도 언제나 열과 성을 다하는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이용당한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야학교사로 일하던 동기들이 말려보기도 했지만, 그는 언제나 진심이 통한다고 하며 저희가 보기에는 바보 같다 싶은 행동들을 종종 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이 지나고 나서, 저희 동아리를 거치며 야학에서, 그리고 공부방에서 교육봉사를 한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는 합니다. 과연 우리가 야학을 한 것이, 우리의 의도만큼 우리와 교사와 학생으로 관계맺은 분들께 좋은 영향을 끼치기만 했을까? 우리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학점도, 교우관계도 포기하고 야학을 운영했는데 어쩌면 우리의 생각과 달리, 어쩌면 사실 너무 많은 실수들과 미숙한 판단들로만 가득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질문들을요. 그리고 저희의 이러한 질문들에 선배님들은, 그리고 많은 어르신들은, 이런 일에 대해 결과가 아닌 과정을 주목하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야학을 거쳐서 사회로 나왔습니다.
저희는 이 정부가 과정에 대해 생각해주는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이 친구 역시 한 국민으로써 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는 자신의 행동이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누구라도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용납될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지난 정부처럼 정보유출자에 대해 중한 처벌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요. 순진한 생각이고 모자란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신재민은 원래 그런 친구였으니까요.
이 호소문을 발표하는 저희 역시 이 친구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논쟁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생각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친구가 오해한 부분 역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과가 틀렸다고 하여 그 과정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이 친구가 그토록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살 수가 없다고 말했던, 관료조직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한 구성원이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공영기업의 운영에 개입한다면 그 정도는 어디까지인가, 그 방식은 어때야 하는가, 정부는 각기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서들과 그 부서들의 관료들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들이요.
정부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정부와 일개 전직 사무관은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싸움이 아니라, 그의 의견에 귀기울여주었으면 합니다. 그가 잘못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 충분히 말하고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는 않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정부가 탄생했을 때 그 쉽지 않은 일을 해주는 정부가 될 것임을 믿었습니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다시 한 번 간곡히 고개 숙여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국민들에게도 부탁 말씀 올립니다. 신재민 전 사무관과 관련하여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뉴라이트였다느니, 국가기밀로 사익추구 활동을했다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일부 사람들도 그에 편승하여 왜곡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멈추어주셨으면 합니다. 결과 여부를 떠나서, 그 동기와 과정에서만큼은 그는 공익을 목표로 행동했습니다. 사회적인 진보를 한 발 이룬 이 시점에서, 그가 하려 했던 내부고발 역시 과정과 의도가 선하다면 그 결과에 대해 너무 가혹한 책임을 묻지 않아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이낙연 총리님이 2017년 연말에 청년들에게 노력과 도전을 주문하셨습니다. 많은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에게 안정만 추구한다고 하십니다. 결과적으로 틀렸을지 모르지만, 신재민 사무관은 직을 버리고 나와서 사회 시스템에 문제제기를 하는, 매우 무모한 도전을 한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희도 그 도전이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전이란 원래 무모한 것입니다. 장강명 작가의 표백에 그런 대사가 있습니다. “아까는 도전하라고 훈계하더니, 막상 내가 도전하니까 안 받아주잖아.” 재민이의 무모한 도전이지만, 사회를 더 경험하신 사고와 이해의 폭이 넓은 인생의 선배들이시라면, 그 순수한 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더 넓은 사고와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무모한 도전에서 찾을 수 있는 교훈을 찾아 우리사회를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15년간, 언제나 가까이 지내며 그의 인생을 지켜봐왔던 친구이자 동기, 선후배의 생각으로는, 바로 이것이 재민이가 목숨까지 걸며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닌가 합니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부탁드립니다. 일부 언론의 경쟁적, 자극적 보도가 신 전 사무관과 그의 지인들을 궁지에 몰아 넣고 있습니다. 논쟁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화제나 이슈가 될 수 있고,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전 사무관과 정부의 대결 구도 보다는,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는지, 정부의 주주권 행사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 좀 더 다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비록 고리타분한 논쟁일지 몰라도 신 전 사무관을 계기로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