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물가·성장률 반영… 경제 상황따라 속도조절

      2019.01.07 17:38   수정 : 2019.01.07 17:38기사원문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을 반영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제시하는 구간설정위원회도 신설한다. 공익위원에 대한 정부의 단독추천권을 폐지하고 국회와 노사에도 공익위원 결정권한을 주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꾸는 것은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0년 만이다.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의 핵심은 객관성과 전문성에 무게를 두고 산출근거를 명확히 해 공정성 시비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구간설정위원회가 신설된다. 구간설정위원회는 이해 당사자인 노사의 직접 참여는 배제한다. 구간설정위원회는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며 노사 단체가 직접 추천하거나 노사 단체의 의견을 들어 위원을 선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구간설정위원회 전문가 9명은 새롭게 추가·보완될 결정기준을 토대로 연중 상시적 통계 분석,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최저임금의 상한이나 하한 구간을 설정한다.

이재갑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포함된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전문가들에 의해 설정된 구간 범위 내에서 심의가 이뤄져 최저임금 심의 과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기준도 확대된다. 최저임금은 현재 △소득분배율 △유사근로자 임금 △생계비 △노동생산성을 기준으로 이듬해 적용금액을 결정한다. 정부는 여기에 ILO 최저임금 결정협약을 반영해 고용 수준, 경제상황,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결정기준에 명시적으로 추가·보완하기로 했다.

따라서 신설되는 구간설정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결정할 때 현재 경제성장률, 고용률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현행법에는 최저임금 결정 시 노동자의 생계비 문제, 노동자 생산성 등 노동자 위주로 고려하게 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안이 통과되면 현재 경제상황이 최저임금 결정요인에 자연스럽게 포함돼 '속도조절'이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저임금 결정에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선정방식도 바뀐다. 먼저 정부 단독추천권을 폐지한다. 정권마다 제기돼온 공익위원 편향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국회에 일정 규모 추천권을 부여하거나 노사 단체가 공익위원 선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천권과 순차배제권 부여방식도 제안했다.

순차배제권은 노사 단체가 추천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상호 간 기피인물을 순차적으로 배제하고 남은 인물 중에서 임명하는 방식이다. 노사가 인정한 합리적 중립적 성형의 전문가를 공익위원으로 뽑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결정위원회에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와 동일하게 노사공익 3자 동수로 구성하되, 전체 숫자는 15명이나 21명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명문화했다.


이재갑 장관은 "신설되는 구간설정위원회는 상시적으로 운영하면서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실시하도록 할 예정이므로,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최저임금 심의가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정부안으로 오는 10일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노사 토론회, TV 토론회, 대국민 토론회 등을 1월 중 집중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2월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20년 최저임금은 새로운 틀에서 결정된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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