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안에 안와?' 콜센터 직원은 화장실도 못가나요
2019.01.14 08:00
수정 : 2019.01.14 08:00기사원문
#A씨가 일하는 콜센터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간 사람이 오지 않으면 다음 사람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A씨는 한 시간 넘게 기다린 적도 있다. A씨의 상사는 화장실 사용 시간이 10분이 넘으면 "너 때문에 다른 사람도 30분간 쉬지 못한다"며 협박하고 전체 쪽지로 실명을 공개한다.
#B씨는 고객에게 "XX새끼야"라는 욕설을 들었다. 고객의 욕설이 심해져도 B씨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욕을 하면 통화를 종료하겠다'는 말뿐이었다. B씨는 통화를 종료하지 못한 채 '헬프' 벨을 눌렀으나 매니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고객의 욕설에 대해 상사에게 알렸더니 "욕할 때도 차분히 다시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 고객에게 욕을 덜 먹을 수 있으니 앞으로 잘하라"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 119'가 14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콜센터 상담사들에게 제보받은 갑질 사례는 총 79건이다. 이 중 괴롭힘이 25건(31.3%)로 가장 많았고, 고용불안(21.2%), 임금 문제 등이 뒤를 이었다.
고용불안은 일방적인 계약해지, 정규직 전환 제외, 콜접수 감소에 따른 해고, 고객클레임에 대한 매니저 괴롭힘 등 다양한 형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적압박을 동반하는 고용불안 사례가 많았으며, 화장실 제한·휴대폰 압수 등 상사괴롭힘, 감시통제도 적지 않았다.
통계청은 약 7만 5천여명이 콜센터 산업 종사자로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중 약 93.2%가 여성이고, 62.4%는 계약직이다.
눈에 띄는 점은 62.4%나 되는 계약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통화건수는 하루 88.42건으로, 정규직 통화건수 80.97건보다 많았다. 고객 응대시간 또한 비정규직이 7.37시간으로 정규직 7.35시간 보다 길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는 계약직 노동자가 초과근무를 통해 부족한 임금을 메우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콜센터 종사자의 2007년 평균 연간급여액은 1919만원으로 나타났다. 2009년 처음으로 2천만원 대를 넘겨 2052만원이 기록됐지만, 2014년엔 2023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7년간 불과 104만원 밖에 오르지 않은 셈이다.
'직장갑질 119'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을 정도로 통제당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의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며 "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정규직 전환이 민관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콜센터 상담사들의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며 "콜센터 종사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서비스연맹과 함께 '콜센터119'를 출범한다. 노동·법률 전문 스탭들이 법률 상담, 갑질 제보,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 등 악질 콜센터 고발 사업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