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보다 미세먼지 잡는 게 급하다

      2019.01.15 17:18   수정 : 2019.01.15 17:18기사원문
역대급 미세먼지가 한반도 전역을 3일째 뒤덮고 있다.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일상생활마저 어렵게 할 정도다. 중국발 요인에다 화력발전 증가와 대기정체가 겹쳐 생긴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야코포 본조르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4일 서울대 심포지엄에서 "대기오염은 잠재적 원전 사고보다 훨씬 더 현실적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 할 뒷북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 당국이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다.


본조르노 교수는 한국 정부에 원전을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진흥하라고 조언했다. "석탄이나 LNG(액화천연가스) 화전은 원전에 비해 대기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한다"면서다. 사실 탈원전도, 미세먼지 30% 감축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드라이브에 쏟은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미세먼지 감축에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떠는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출퇴근 지하철 무료운행으로 헛돈을 쓴 것 이외에 실효성 있는 해법을 내놓은 적이 없어서다. 그러니 "중국은 대폭 개선됐는데 서울은 되레 나빠졌으니 서울 미세먼지는 중국 것이 아니다"(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라는 궤변에 가까운 핀잔까지 듣는 게 아닐까 싶다.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미세먼지를 내뿜는) 노후 화전을 대체하기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해찬 대표 등 같은 당 간부들이 득달같이 비판하고 청와대까지 나서 "탈원전 기조는 변함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러니 여권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대만의 '탈원전정책 폐기 국민투표'를 이끈 예쭝광 칭화대 교수도 14일 서울에서 "대만이 원전 3기 가동을 멈추자 겨울 대기오염이 심해졌다"고 증언했다. 미세먼지의 습격에 국민이 각자도생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다.
탈원전이 대선 공약이라 하더라도 산업경쟁력뿐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협할 정도라면 속도조절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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