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설 앞둔 서민경제 덮쳤다
2019.01.15 17:40
수정 : 2019.01.15 19:51기사원문
오는 2월 나흘간의 설 명절 연휴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고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발표된 소비관련 지표만 본다면 올해도 설 대목은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고용침체, 소득 양극화, 장바구니물가 상승, 빚 상환 부담 등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최근 중국발 초미세먼지 여파로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도 소비불황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116.0으로, 전년동월보다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같은해 10월(5.1%)보다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8월 5.7%, 9~10월 2.8%를 기록하는 등 하반기 들어 부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마저도 면세점(20.5%), 무점포소매(9.6%), 편의점(5.6%) 정도를 제외하면 전통적인 백화점(-4.0%), 대형마트(-6.3%), 슈퍼마켓 및 잡화점(-3.2%) 판매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이같은 소비심리 악화 추세는 올초에도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와 밀접한 업종인 도소매업지수는 지난해 11월 전년동월보다 0.6% 소폭 올랐지만 직전 같은해 10월(5.7%)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뚝 떨어졌다.
소비 선행지표인 소비심리도 아직까지는 개선될 조짐이 없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7.2로, 전월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석 달째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다. 전반적 소비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올해는 과거보다도 일자리가 줄어들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업자들이 많아지는 고용침체 상황에서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설 대목이라도 해도 소비특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설 연휴를 앞두고 건강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공기청정기 등 일부 친환경 품목을 제외하면 건강악화를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바깥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세먼지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국내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10㎍/㎥ 늘어날 때마다 대형소매점들의 판매는 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 강현주 박사, 인하대 서현덕 교수, 홍익대 유종민 교수도 미세먼지(PM10) 수치가 80㎍/㎥를 초과하는 '나쁨' 상태를 나타내는 날이 하루씩 증가할 때마다 대형소매부문 판매가 0.1%씩 감소한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설 자체가 큰 호재이다 보니 생필품 구매는 하겠지만 미세먼지로 연휴를 맞아 바깥활동을 줄이는 분위기는 높아질 것"이라며 "소비에 굉장히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소비심리를 살리는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