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인터넷은행처럼"…금융권 모바일 앱 난립
2019.01.16 06:41
수정 : 2019.01.16 06:41기사원문
4대 시중은행 등록 앱만 57개…카뱅은 단 1개
"용량 줄이려 세분화했지만, 되레 부정적 효과"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이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 금융회사마다 다수의 모바일 앱을 출시하면서 앱이 난립하고 있다. 각 금융회사는 고객의 부담(데이터·용량 등)을 줄여주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기능별로 앱을 나눠서 출시해 왔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모바일 금융 환경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을 통한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1억1664만건이다. 이는 자금 조회, 자금 이체, 대출 신청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또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고객 6949만명 중 모바일뱅킹 이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5%(6601만명)에 달했다. 당시 한은은 95%에 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기반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겨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실제로 1위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2017년 3분기 인터넷뱅킹 이용 고객 중 모바일 뱅킹 이용자가 차지한 비중은 86.3%였다. 3분기 만에 전체 수치를 6.4%포인트나 끌어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바일에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대다수인 만큼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인터넷 및 모바일 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올해 중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로 인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들의 마음은 더 조급하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앱은 안드로이드(플레이 스토어) 등록 기준 KB국민은행이 18개, 신한은행이 14개, 우리은행 14개, KEB하나 11개로 57개에 달한다. 카드 등 계열사와 연계된 앱까지 포함할 경우 수는 80개 수준까지 늘어난다. 앱별로 기능을 나눠놨기 때문에 앱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가 1개의 앱만 등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도 은행에서 제공하는 앱이 중구난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이 '무거운(용량이 큰)' 앱을 멀리하는 성향이 있어서 기능별로 쪼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 앱에 바라는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세분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고객의 요구에 맞춰서 앱을 세분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지난해 12월 말 한국금융연구원이 18개 국내 은행의 모바일 앱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이용자들의 평점(5점 만점)은 안드로이드 기준 3.3점에 불과했다. 특히 아이폰 운영체제(iOS)에서는 2.4점으로 만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반면 미국 JP모건 앱의 이용자 평점은 아이폰 앱 4.8점, 안드로이드 앱 4.4점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각각 4.7점과 4.5점을 기록했다. 또 영국 로이드 은행의 경우 아이폰 앱 4.8점, 안드로이드 앱 4.5점이었다.
시중은행들도 이를 인지하고 하나의 앱으로 기능을 모으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한은행의 '쏠(SOL)'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월 쏠로 모바일 플랫폼을 통합한 덕분에 출시 10개월 만에 통합 앱 가입자 수 800만명(12월 기준)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신한은행은 앱을 하나로 통합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고 봤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가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많은 금융회사가 공인인증서를 통해서만 모바일 앱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며 "금융회사는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모바일 앱의 편의성을 높이는데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