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결혼식 망친다" 외면…미세먼지가 사회 풍토 바꿔
2019.01.16 17:42
수정 : 2019.01.16 17:42기사원문
#. "미세먼지 때문에 결혼식을 망칠 수 있어요" 웨딩플래너 5년차인 유모씨는 결혼식 상담을 하면서 단독 야외 결혼식을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권하지 않는다. 야외 결혼에 날씨가 큰 변수인데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씨는 "예비 신랑, 신부가 야외 결혼을 원한다면 실내 홀도 동시에 갖춘 곳을 추천한다"며 "지난해 강촌에서 야외결혼식을 진행한 한 커플이 미세먼지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외출 자제, 노점상 매출 직격탄
한반도를 뒤덮은 고농도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질 수록 사회 풍토도 이에 따라 바뀌고 있다. 시민들의 야외 활동이 줄어들었는가 하면 야외 노점의 매출은 급감했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정점에 달했던 전날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262㎍/㎥까지 치솟았다. 이는 '매우 나쁨' 기준인 75㎍/㎥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역시 사흘째 발령됐다. 시행 이후 네 번째다.
매일 아이들과 신체활동을 해야하는 유치원은 걱정이 크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는 이모씨(31)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신체활동을 교실이나 강당에서 대체한다"며 "초반에는 아이들이 불만이 많았는데 이제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고 이해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해당 유치원은 얼마 전 경기 부천 생태공원으로 견학을 가면서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배포하는 등 야외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
야외에서 김밥, 순대 등의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15일 오전 11시께 서울 영등포역 인근 노점상에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한 상인은 "미세먼지 농도가 안 좋았던 최근에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며 "일부 가게는 장사를 일찍 접기도 했다"고 전했다. 같은 시간대 영등포역 인근의 한 이비인후과에는 대기 시간만 90분에 달해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관련 산업 희비 엇갈려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 신축 현장에는 일부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인부들은 작업반장이 손수 마스크를 제공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에 따르면 14일 하루 동안 판매된 황사·독감 마스크 판매량은 전 주 대비 1341% 증가했다.
연인들의 데이트 패턴도 바뀌었다. 평소 나들이를 자주 간다는 변모씨(32)는 최근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실내로 정한다. 변씨는 "주말이면 야외보다는 대형몰이나 만화카페 등으로 향한다"며 "최근 들어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 데이트 장소가 북적인다"고 설명했다.
결혼을 앞둔 박모씨(32)는 신혼집에 미세먼지 청정에 효과가 좋은 식물을 사다 두었다. 미세먼지로 서울 시청광장 스케이트장은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미세먼지로 관련 산업의 희비는 엇갈렸다. 야외 활동이 급감으로 수백 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는 한 도시락 업체는 매출이 대폭 하락해 고심 중이다. 반면 공기청정기 판매는 계속 올라 2016년 10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판매량이 250만대를 넘어섰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