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흉물’.. 쓰레기장 돼버린 ‘방치 자전거’
2019.01.19 08:50
수정 : 2019.01.19 09:38기사원문
‘확인해봄’은 잘못된 시민 의식과 제도, 독특한 제품·장소, 요즘 뜨거운 이슈 등 시민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보는 코너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독한 팩첵커’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달려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겨울철만 되면 거리에 버려진 자전거가 급증합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에서 수거된 방치 자전거는 33,731개. 2013년부터 5년간 수거된 것만 11만 5,889개입니다. 각 지자체는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20조와 시행령 제11조에 의거해 도로 등 공공장소에 10일 이상 무단 방치된 자전거를 강제 처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녹슬 대로 녹슬어 흉물로 전락한 방치 자전거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서울시 5개 구에서 확인한 방치 자전거 쓰레기 실태
강북구, 광진구, 중랑구, 송파구, 영등포구 일대를 다녀봤습니다. 지하철역 출구를 중심으로 자전거 주차장이 설치돼있었는데요. 검은 봉투에 담긴 의문의 쓰레기부터 음료수 캔, 휴지, 전단지, 다 피운 담배, 붕어빵 봉투, 우유팩, 종이컵, 테이크아웃 커피잔, 과자 봉지, 담뱃갑, 아이스크림 콘, 귤껍질 등 다양해도 너무 다양한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바로 근처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자전거 바구니에 쓰레기를 버린 경우도 있었고,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에 다 먹은 양파즙 팩을 버리고 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쓰레기 더미 위에 낙엽이 쌓인 곳도 있었죠. 송파구청 민원실에 세워진 자전거에도 바구니에 물·음료 병, 구겨진 종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 쓰레기가 방치될 수밖에 없는 구조.. “쓰레기통 부족하다” 지적도
거리에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지난 1995년에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이후, 서울시에 설치된 쓰레기통은 약 7,600개(1995년)에서 2017년 기준 약 5,900개로 줄어들었습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쓰레기 무단 투기가 심한 지역 위주로 쓰레기통을 더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자전거 바구니에 쌓이는 쓰레기는 누가 치우는 걸까요? 쓰레기를 치우는 담당자는 없었습니다. 광진구 교통행정과는 “가끔씩 사유물이 섞여 있어 (쓰레기) 바구니까지 청소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쓰레기들은 법에 따라 자전거가 수거될 때 같이 치워집니다. 결국 무단 방치 자전거가 수거되지 않으면 쓰레기도 함께 방치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사진과 영상으로 보시는 것처럼 현장에서 목격한 물건 대다수는 생활 쓰레기였습니다. 일부 분쟁이 일 수 있다고 해서 쓰레기를 방치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전거 바구니에 쓰레기가 쌓여있다고, 또는 쓰레기통이 안 보인다고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는 건 정당화될 수 없겠죠. 몰래 버려지는 자전거, 그 위에 쌓이는 쓰레기 모두 우리의 아쉬운 시민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