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브렉시트파의 배신?… 다이슨, 싱가포르로 본사 이전

      2019.01.23 17:02   수정 : 2019.01.23 17:02기사원문


청소기로 유명한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이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긴다고 밝혔다. 비상장사인 다이슨 사주는 발명가이자 열렬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지지자인 제임스 다이슨이다. 야당 의원들은 본사 이전 계획 발표 뒤 다이슨을 '위선자'라고 비난했고, 브렉시트파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비즈니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다이슨은 이날 실적 발표를 하면서 본사 이전 계획을 공개했다.

■본사 이전 브렉시트와 무관?

이전 계획에 따르면 현재 영국 본사 임직원 가운데 최고경영자(CEO)와 최고법률책임자(CLO) 2명만 싱가포르로 이동하게 된다.
짐 로완 다이슨 CEO는 연구개발(R&D) 시설 2곳을 포함해 영국에서 직원 4000명이 일하고 있다면서 영국내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본사 이전은 미래에 대비하고, 경영진이 아시아 지역내 투자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다이슨은 고급 청소기, 모발 건조기, 공기정화기 등이 중국, 한국, 인도 중산층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으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4억파운드 가운데 영국의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영국내 생산은 이미 2003년에 중단됐다.

로완 CEO는 본사 이전이 브렉시트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시아는 (다이슨에) 전세계 최대 시장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면서 "아시아 소비자들은 첨단 기술에 목말라 있고, 아시아는 최대 전기차 시장이어서 이같은 (아시아로의 이동) 흐름은 더 빨라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로완은 또 세금혜택을 노리고 이전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득은 '무시할 정도'라고 반박했다. 싱가포르의 법인세율은 17%로 영국 법인세율 19%에 비해 낮다.

로완은 납세와 관련한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은채 절세가 본사 이전 동기는 아니라면서 차액 역시 '무시할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이슨 지주회사인 웨이번 그룹은 2017년 1억8500만파운드를 세금으로 냈다. 사주 다이슨은 본사 이전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노동당 "다이슨 위선자" 비난

다이슨의 싱가포르 본사 이전은 어떤 식으로든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앞두고 브렉시트론자들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가 영국내 경제와 일자리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기업들의 경고가 그저 공갈이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특히 다이슨은 대표적인 브렉시트 지지자인 제임스 다이슨이 소유한 비상장사로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다이슨의 이전 결정은 브렉시트가 얼마나 지독한 칼바람을 몰고 올지 그 냉혹한 현실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체들을 비롯해 많은 영국 기업들은 정교하게 계획되지 않은 브렉시트가 국제 공급망을 뒤흔들어 기업들의 영국 탈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노동당은 곧바로 다이슨을 '위선자'라며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웨스 스티어링 노동당 의원은 다이슨을 '지체 높은 위선자'라면서 "자신의 직원들이나 나라에 대해 그 어떤 책임감도 없다"고 공격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시 치르자고 주장하고 있는 조 스티븐스 노동당 의원은 다이슨 본사 이전으로 브렉시트로 일자리가 빠져나가고, 기업들은 떠나며 투자는 마르게 될 브렉시트의 현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편 다이슨이 이날 공개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28% 늘어난 44억파운드를 기록했고, 세전이익은 전년비 33% 증가한 11억파운드로 사상처음으로 10억파운드를 넘어섰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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