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얽히고 강들이 만나는, 강원도 영월
2019.01.24 17:05
수정 : 2019.01.24 17:05기사원문
【 영월(강원)=조용철 기자】 영월에 들어서서 조선시대 어린 임금 단종의 비극적인 운명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보면 산굽이를 휘감아 도는 동강의 빼어난 경관과 마주하게 된다.
영월의 산은 인근 태백처럼 우뚝 솟아 있지 않고 태백산맥과 차령산맥에서 뻗어나온 작은 산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그 아래 주천강, 평창강, 그리고 동강과 서강이 'Y'자 형태를 이루며 한곳으로 모여든다.
영월은 아직 낯선 여행지다. 하지만 영월은 한 번 찾아오기 시작하면 발길을 끊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영월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청령포다. 삼면이 강물로 둘러싸인 섬과 같은 지역이다.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인 이곳은 동, 남, 북쪽은 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에는 육육봉이라고 불리는 가파른 암벽이 있어
이곳에 한 번 들어오면 걸어서 나가기 쉽지 않다. 옛날부터 나룻배를 이용해 오갔다고 한다. 지금도 관광객을 위한 작은 배가 다닌다.
청령포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경치가 오히려 슬픈 비극과 대조를 이룬다. 청령포는 조선 제6대왕인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유배당한 곳이다.
단종이 외부와 두절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호장 엄홍도가 몰래 찾아와 문안을 드렸다고 전해진다.
배를 타고 청령포로 들어가면 울창한 숲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청령포 수림지다.
숲 속을 바라보니 저멀리 단종 유배시의 설화를 간직한 관음송이 보인다.
단종이 유배생활을 할 때 두 갈래로 갈라진 이 소나무에 걸터앉아 쉬었다고 한다.
단종의 유배 당시 모습을 봤으며 때로는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의미에서 관음송이라고 불려왔다.
청령포 수림지를 지나면 단종이 유배되어 살았던 단종어소와 만난다. 단종어소는 승정원 일기 기록에 따라 지어진 기와집으로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청령포를 둘러본 뒤 장릉으로 향했다. 장릉은 단종이 잠든 곳이다. 영월하면 단종을 떠올리는 여행객이 많다.
단종은 12세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르지만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3년만에 왕위를 빼앗기고 상왕으로 물러났다.
이듬해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등 사육신이 시도한 단종 복위 운동은 실패로 돌아갔고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 청령포로 유배됐다.
그 해 여름 홍수로 강물이 범람해 물에 잠기자 영월읍내에 있는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겼고 세조가 내린 사약을 받고 숨을 거뒀다.
단종의 탄생과 유배, 죽음과 복권에 이르는 단종 관련 자료가 전시된 단종역사관에서 단종능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고즈넉해서 걷기에 좋다.
영월군 김삿갓면에는 재치와 풍류로 한 세상을 살다간 김삿갓의 유적지가 마련돼 있다. 김삿갓은 조선 후기 시인으로 해학적인 시로 유명하다.
과거에 응시해 김익순의 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급제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안 후에 벼슬을 버리고 방랑 생활을 시작했대고 전해진다.
자신이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큰 삿갓을 쓰고 다녔다고 해서 김삿갓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그의 생애를 반영하듯 김삿갓 유적지에도 대단한 건축물이 있다기보다는 작은 산책로와 그의 시가 적힌 비석 등이 있다.
매년 10월 중순 김삿갓 묘역이 있는 김삿갓면 노루목 마을에선 추모제, 추모 살풀이춤, 백일장 등의 문화행사와 관광객들이 참여하는 체험행사가 열린다.
김삿갓 묘역을 지나 소나기재 정상에서 서쪽으로 100m 지점을 보면 약 70m 높이의 기암괴석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선돌이다.
거대한 탑 모양으로 솟아 있는 바위는 신선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물안개 사이로 보일듯 말듯 내려다 보이는 서강의 푸른 물줄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영월에는 조선민화박물관, 영월화석박물관, 단종역사관, 술샘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영월종교미술박물관, 호안다구박물관 등 박물관이 참 많다.
다양한 박물관 세상 속으로 떠나는 영월 여행도 새롭다.
스마트폰에서 영월박물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지정된 박물관과 관광지에서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천문대인 별마로 천문대가 있는 봉래산으로 떠났다.
별마로는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의미다. 별마로 천문대는 연간 관측일수가 196일로
우리나라 평균 116일보다 훨씬 많다. 천문대에는 주망원경과 여러 대의 보조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달이나 행성, 별을 보다 잘 관측할 수 있다. 봉래산 정상에는 활공장이 있어 탁트인 영월 읍내의 전경과 함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조선민화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민화 전문 박물관으로 2000년 7월에 문을 열었다.
민화는 폭 넓게는 왕실의 화려한 병풍에서부터 허름한 여염집 벽장문까지 두루 생활공간을 장식했던 우리의 생활문화였다.
선조들은 수복병풍 앞에서 돌잔치를 벌이고 문자도 앞에서 천자문을 외웠으며, 화조도 병풍 앞에서 첫날밤을 밝히고,
늙어서는 노안도 앞에서 손주 재롱을 보고, 생을 마무리하면서는 모란병풍을 둘렀다.
전통 민화의 계승 발전을 위해 체계적인 연구와 수집은 물론 전시와 교육, 전문 서적의 출판, 맞춤형 체험학습,
포럼, 공모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4500여 점의 민화 유물 중 250점을 상시 순환 전시하고 있으며
관람객은 언제나 전문 해설가의 재미있는 민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매년 개최되는 공모전 수상작과 현대 민화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해 민화의 시대적 흐름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재미있는 민화체험을 즐길 수 있다.
성인전용 춘화전시실도 마련되어 있다. 호안다구박물관은 3000년 차의 향이 솔솔 풍기는 곳, 다양한 차문화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맑게 흐르는 내리천은 차의 근본이 물임을 보여준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차와 관련된 작품의 감상과 다도 및 제다실습을 자연과 함께 체험 할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 규모는 작지만 차를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마시며 코로 향을 맡는 체험까지 잘 짜져 있는 곳이다.
차를 담는 그릇에 새겨진 문양, 그 모양 하나하나에는 그 시대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호안다구박물관 옆에는 몽골텐트에서 차를 마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여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이들이 편히 쉬어가는 공간이 되어준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깊은 향이 우러나오는 차를 마신 후에는 직접 그 차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