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도 유연근무제… 워라벨 보장·인력유출 방지 ‘일석이조’

      2019.01.27 16:59   수정 : 2019.01.27 16:59기사원문
#.동탄에 있는 중소기업을 다니는 33살 김성현씨(가명). 매주 금요일이면 본가가 있는 서울을 가기 위해 오후 3시께 퇴근을 한다. 서울에 있던 회사가 동탄으로 이사하면서 직원들에게 유연근무제를 적용한 덕분이다. 김씨는 "처음엔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만 했지만 최근에 전 직원들에게 확대 적용했다"며 "전날 과음하고 오전 10시 넘어서 출근하는 동료도 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너무 늦게 출근하면 눈치 보여 10시 이전엔 출근하지만, 회의 같은 게 없이 개인 업무만 있는 날은 조금 더 자유롭게 근무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업무시간이 길다.' 이런 선입견도 곧 옛말이 될 듯 하다. 많은 중소기업들도 정해진 근무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유연근무제'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연근무제는 정부 부처를 비롯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는 이미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인력구조나 업무상 유연근무제 활용이 힘든 중소기업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2년간 '유연근무제'에 대한 조사결과를 분석한 결과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은 지난 2017년 19%에서 2018년 21.5%로 증가했다. 2017년 19.4%에 불과하던 중소기업들의 '유연근무제 도입 의지'도 1년만인 2018년에는 '유연근무제 도입을 하겠다'는 기업이 37.4%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시차출퇴근제·4.5일근무제 등 다앙

27일 중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의 업무 특성에 맞게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이달 월 단위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잡코리아는 한 달 이내의 정산기간 중 총 근로시간만 정한 뒤, 매일 매주의 근로시작·종료시간을 직원의 자유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월 평균 174시간의 소정 근로시간만 일하면 직원 본인이 재량껏 유연하게 자신의 근무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정보기술(IT)보안 솔루션 기업 동훈아이텍은 회사가 시차출퇴근제를 적용, 직원들은 본인의 업무에 따라 자유로이 출퇴근할 수 있다. 해외 고객 응대에 따른 야간 근무 등 초과 근무가 발생하면 대체휴가를 지급해서 직원들의 휴식과 워라밸을 보장한다. '보안업체는 야근이 많다'는 편견을 깬 것.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는 지난 14일부터 '4.5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1시에 출근해도 된다. 바로고 관계자는 "첫 주부터 반응이 뜨꺼웠다. 은행업무나 개인 정비시간이 생겨서 다들 좋아했다. 매주 월요일 오전시간에 학원이나 헬스 끊은 분도 있다"며 "갑자기 생긴 여유시간에 뭘 할지 몰라서 이발하고 오신 분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들이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건 아니다. 업무 특성에 맞게, 말 그대로 '유연하게' 일한다. 이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지난 월요일에 오전 당직을 섰고, 대신 금요일에 오후에 일찍 퇴근했다"고 말했다.

■워라밸도 보장, 인력유출도 막아

중소기업이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는 이유는 '워라밸 보장'이라는 명분과 '인력유출 방지'라는 실리 모두를 잡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확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중소기업의 51%(복수응답)가 '직원들의 워라밸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유연근무제 도입 후 직원의 이직 및 퇴사 비율이 감소'했다는 중소기업은 지난 2017년 32.3%에서 2018년 53.1%로 1년새 20.8%포인트가 늘어났다.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참고할 만한 지표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중소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율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수도권에서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시대의 흐름이란 게 있기 때문에 우리도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싶지만 제조업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유연근무제 아니냐. 기업이 유연근무제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탄력근로제 적용 시간을 확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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