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나비처럼 훨훨 날아 가십시오"..고(故) 김복동 할머니 애도(종합 2보)
2019.01.29 17:36
수정 : 2019.01.29 17:36기사원문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나를 대신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29일 김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장례식장 특1호실에는 학생들부터 일반 시민, 정치권 인사까지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는 "28일 오전 내내 통증에 시달리며 의식이 없던 김 할머니가 갑자기 눈을 뜨고 사력을 다해 (일본 정부가)'이럴 수가 있나'라며 절규에 가까운 분노를 표하셨다"며 "암 투병 중에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위안부 해결을 위한 인권 운동을 하셨던 분"이라고 할머니를 설명했다.
정치권 인사들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김 할머니 장례의 상주를 맡았다. 이외에도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오후 2시 34분께 휠체어를 타고 빈소를 찾은 길원옥 할머니는 부축을 받고 앉은 김 할머니의 영정 앞에서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고개만 숙였다. 길 할머니는 곧 "이렇게 빨리 가시네"라며 짧게 입을 열었다.
이후 3시 50분께 이용수 할머니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할머니는 "우리가 세계를 다니면서 운동했는데도 아직 해결을 못 해 서럽게 가시도록 하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늘나라 가서도 할머니들이 투쟁하고 있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10분께 빈소를 방문했다. 빈소 안에서 문 대통령은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이)이제 23분 남으셨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문객 방명록에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 가십시오. 문재인'이란 글귀를 남겼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비롯한 일반인 조문객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가족들과 함께 조문을 온 한 외국인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현 정의기억연대)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기억이 있어 개인적으로 김 할머니와 친분이 있다"며 할머니와 인연을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1947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지 8년 만이던 스물 두살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40여년이 지난 1992년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공개했다. 이후 수차례 공개석상에 용기있게 나서며 피해사실을 알렸다.
장례는 김 할머니의 뜻대로 시민장으로 치뤄진다. 발인은 오는 2월 1일이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