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김복동 할머니 조금만 더 사셨더라면 평양 방문도..."

      2019.01.29 18:00   수정 : 2019.01.29 22:05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전날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려서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침통한 표정으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 고인을 추모했다.

김 할머니가 조금 더 사셨으면 평양에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김 할머니가) '김정은이 빨리 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할머니가 '김정은'이라고 새겨진 금도장을 만들어주겠다고 하셨다.

통일 문서에 그 금도장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한 분 한 분 다 떠나시고 스물 세 분이 남으셨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조문객 방명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 가십시오. 문재인'이란 글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정오께 페이스북에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며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 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는 내용의 추모글을 게재했다. 김 할머니의 영면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 초계기 저고도 위협비행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으로 양국간 경색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1993년 할머니의 유엔 인권위 위안부 피해 공개 증언으로 감춰진 역사가 우리 곁으로 왔다"며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용기를 갖게 됐다"고 적었다. 또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로 머물지 않았고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섰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병실에서 뵈었을 때, 여전히 의지가 꺾이지 않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할머니, 편히 쉬십시오"라고 글을 마쳤다.


앞서 문 대통령은 작년 1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김 할머니를 문병해 쾌유를 기원하고 한일 정부 간 '12·28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김 할머니는 지난 28일 밤 향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중 생존자는 23명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