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범죄도시 아니에요"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속사정
2019.01.31 09:00
수정 : 2019.01.31 09:00기사원문
"조선족의 입국을 금지하라"
위 글은 지난 28일 대림동 방화사건을 전한 기사의 베스트 댓글이다. 이 댓글엔 200건에 가량의 '좋아요'가 찍혔고 공감한다는 내용의 추가 댓글도 이어졌다.
2015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6%가 중국동포들이 한국의 범죄율을 높인다고 답했다.
현재 대림동에는 약 1만5000명 정도의 중국동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림동 중앙시장 인근은 일부 미디어의 부정적인 이미지 전달 등으로 '범죄도시'로 인식되기도 한다.
■ 대림동 상인 "중국동포 많다고 해서 더 위험하지 않아"
대림동에서 자영업을 하거나 인근에서 수년째 거주 중인 중국동포들은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서운함을 토로했다. 중국동포의 수가 많을 뿐인데 타 지역과 다르게 생각되는게 억울하다는 것이다.
대림동 중앙시장에서 약 20년째 방앗간을 운영하고 상인회장까지 맞고 있는 한국인 A씨는 "문화가 달라서 그렇지 중국동포가 많다고 해서 더 위험한 것은 없다"며 "일부 미디어의 부정적인 이미지 연출로 치안이 안 좋을 거라는 편견이 있지만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A씨는 "한국에서 1~2년간 머물고 중국으로 귀국하는 동포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이 빠르게 순환되면서 우리 시장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시장이 그들로 인해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림동에서 3년째 머리고기집을 운영하는 B씨는 중국동포라는 이유로 받은 차별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B씨는 "문제를 일으키고 이력이 남으면 한국에서 추방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조심하는 조선족이 많다"며 "실제로 깡패나 마약을 파는 사람은 본 적도 없다. 범죄자가 그렇게 많으면 우리는 어떻게 수 년 간 장사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옛날에 부모님이 중국으로 건너갔을 뿐이지 우리도 한국인의 피를 물려받은 동포"라며 "똑같이 일해도 적은 월급을 받는 일이 많다. 일상화된 차별이 서운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한국인 C씨는 약 40년간 대림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했다. 그 역시 대림동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C씨는 "한 15년 전 정도부터 중국동포가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한 80%가 되는 것 같다"며 "상권이 생기던 시절에 사건·사고가 빈번히 일어난 건 맞지만 지금은 그렇지 읺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이 그들을 더욱 모여 살게 만들고 고립시킨다"며 "대림동을 그들만의 세계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와서 직접 와서 보면 편견과 다르다고 느끼게 될 것. 범죄도시가 아니"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현지 음식을 좋아해서 아내와 외식하러 왔다는 40대 D씨는 "처음엔 조금 무섭긴 했는데 중국 사람이 많은 것 빼고는 크게 다르지 않더라"며 "사실 이상한 사람을 몇 번 보긴 했는데 어딜 가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대림동에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 대림지구대 관계자 "영화 탓에 오해 받지만 현실은 달라"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인구 10만명 기준으로 내국인 범죄자는 3369명이다. 이에 비해 중국인은 1858명으로 조사됐다. 동일 인구수로 비교했을 때 내국인의 범죄율이 더 높은 셈이다.
또 대림동 일대 살인·강도 등 5대 범죄 발생건수는 2015년 상반기 624건, 2016년 521건, 2017년 471건으로 3년 동안 25% 가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영등포경찰서대림지구대 관계자는 "영화 등의 영향으로 대림동에 대한 오해가 있지만 이 지역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면 상처받을 것"이라며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현실과 같다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이기웅 교수는 "대림동의 이미지는 사실보다 과장된 측면이 크다"며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포를 조장하는 괴담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조선족을 다루는 영화의 영향이 적진 않았지만 이런 콘텐츠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라며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공포 등 오랫동안 유통되던 담론이 모티브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서로 간에 정보교환이 되지 않은 데서 빚어지는 갈등이 크다"며 "한쪽에선 계속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산되고 있지만 반대편에선 사실을 알려가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통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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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ffle@fnnews.com 윤홍집 김홍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