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 KB증권 대표 "채권 매매 쉽게 모바일 개편… 개미 소액투자 끌어올 것"
2019.02.11 16:57
수정 : 2019.02.11 16:57기사원문
"멀티프로세싱(다중처리)을 위해선 빠른 모드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성공을 위한 습관에 대해 '멀티프로세싱'이라고 답했다. 박 대표는 자산관리(WM)부문에서, 김성현 대표는 투자은행(IB)부문에서 각자 대표로 지난달 1일 취임했다.
■'빠른 모드전환'이 성공비결
박 대표는 핵심 업무에서 밀리다보면 승진 기회는 적어져 결국 '유리천장'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윗사람에게 깨졌을 때 그것을 되새기고 나면 두 시간은 그냥 간다"며 "그땐 모든 생각을 접고 잡생각을 안 한다. 오히려 업무자료를 열심히 보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민의 80%는 생기지도 않은 것으로, 대략 10%는 해결하면 되는 것이고, 그것에 집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모드전환'으로 유리벽을 깰 수 있었다는 박 대표는 "유리벽이 유리천장보다 더 단단하다"며 "남성들이 해온 영역을 여성 직원이 깨서 가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유리벽 현상은 동성 대결로 구도를 좁힌다고 지적하며 "유리벽에 갇힌 여성들만의 경쟁을 가져오고, 여성에게 기회가 안 돌아오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데는 KB금융지주의 '혁신적인' 인사도 큰 역할을 했다고 부연했다. 금융그룹 내 주요 부서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그 뒤에는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인사정책이 큰몫을 했다는 설명이다.
■여성+은행 출신 '부담감'
증권업계 첫 여성 CEO인 만큼 어깨도 무겁다. 박 대표는 "증권사는 (보수적인)은행 문화보다 터프하다"며 "여자라는 것과 은행 출신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을 갖고 있다"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모험정신과 도전의식을 가지고 깨나가야 할 것"이라며 "도전 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보여줄 리더십은 어떤 모습일까. 박 대표는 스스로에 대해 "덕장 스타일이 아니다"며 "4차산업혁명에는 '덕장 리더십' 보다 '레인보우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강한 색채의 카리스마보다 다양한 아이덴티티의 '레인보우 리더십'이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서 "남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며 "임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아야 한다"며 적재적소에 다양한 인재를 배치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서울대 82학번으로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 조흥은행 경제연구소 등을 거쳐 2004년 KB국민은행으로 옮겼다. 이후 KB금융지주 WM총괄 부사장, KB증권 WM부문 부사장, KB국민은행 WM그룹총괄 부행장을 겸임하며 리더십과 능력을 인정받았다.
■ WM+IB '영토 넓힌다'
박 대표의 강점은 역시 WM부문으로 꼽힌다. 자산관리 베테랑답게 KB증권의 자산관리 영역에 주목했다. 고액 자산가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채권투자'를 개미들의 영역으로 가져오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채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개인고객의 간편투자를 위한 전산작업을 지시했다.
사실 KB증권은 채권 관련 IB영역에서 단연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다양한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기에 개인투자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투자상품을 중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박 대표는 "(채권의 활발한 거래를 위해선)채권투자 단위를 낮춰야 한다"며 "모바일로 쉽게 채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MTS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은 투자 단위가 고액이어서 자산가들의 투자 전유물로 인식됐지만 소액 채권투자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대체투자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박 대표는 "글로벌 경기의 Late Cycle(경기확장 후반부) 진입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시장 주도의 투자 자산이 부재하다"고 지적하며 "이런 시장은 주식과 해외채권의 기대수익률을 연 5~10% 수준으로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 대표는 올해 투자상품 전략으로 연 5~7%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대체자산 상품과 해외채권형 상품을 주력상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 올해 상반기에는 채권, 대체투자 쪽에 집중하려 한다"며 "특히 지역·시간의 분산으로 리스크 관리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분산이란 브라질채권도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식으로 쪼개서 적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이에 해외채권형펀드를 적립식 주력상품으로 만들 예정이다. 또 생활 속의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로보어드바이저리 상품도 협업을 퉁해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계열사간 협업을 강화한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박 대표는 "동남아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며 "인구가 많고 젊은층이 많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에서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