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잔혹 살인’ 20대 징역 20년…法 “아무 이유없이 살해”(종합)
2019.02.14 14:46
수정 : 2019.03.27 13:22기사원문
유족 "형량 약하다" 분통…검찰도 항소 방침
(통영=뉴스1) 강대한 기자 = 경남 거제에서 쓰레기를 줍던 여성을 잔혹하게 때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용균 부장판사)는 14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씨(21)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범 우려 등으로 검찰이 요청한 전자발찌 부착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일면식도 없던 피해자를 아무런 이유없이 폭행해 살해했다. 생명이라는 고귀하고 존엄한 가치를 침해했다”면서 “범행 수법이 잔인해 왜소한 체격에 지적장애를 겪고 있던 피해자가 사망 당시 느꼈을 정신적·신체적 충격이 크고 유족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도 상당하고 처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박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피고인석에 서서 판결을 경청했다.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박씨와 변호인은 평소 주량을 훨씬 초과한 음주로 사물 변별능력 등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범행 당시 음주 상태였던 점은 인정되나, 범행 시간이 길었던 점과 범행 전후 보인 태도 등을 비춰볼 때 ‘심신장애·미약’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4일 오전 2시36분쯤 경남 거제시 고현동의 한 선착장 인근 주차장 앞 도로에서 쓰레기를 줍던 A씨(당시 58·여)의 머리와 얼굴을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범행과정에서 A씨가 숨졌는지 관찰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한가운데로 끌고가 하의를 모두 벗겨 유기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또 범행 전에 ‘사람이 죽었을 때(반응)’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피해자의 하의를 벗겨 신체적 반응을 확인하거나 연행된 지구대 안에서 자신의 피 묻은 운동화를 휴대전화로 2장 촬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재판 결과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에 박씨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며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징역 20년 선고는 잔인한 범행 정도에 비해 너무 약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방어능력이 없는 약자를 잔혹하게 폭행해 극심한 고통을 겪게 했다’면서 ‘반성한다고 주장하지만 유가족을 상대로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항소할 방침이다. 류혁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은 “중형이 선고되긴 했지만 계획성 등 죄질로 볼 때 무기징역이 마땅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