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발레리노' 김기완 "나만의 보폭으로, 오늘에 충실한 나의 발레를"

      2019.02.16 09:11   수정 : 2019.02.16 09:11기사원문





“절대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복귀는 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재활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집중했다.



발레리노 김기완(30)이 올 초 국립발레단 최고등급 무용수인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1999년 12월, 오른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큰 부상에도 특유의 낙천적 성격과 집념으로 재활에 성공, 2011년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입단한 지 8년만이다.


그는 첫 해 '연수'단원으로 입단했는데도 ‘호두까기 인형’의 주역에 파격 캐스팅돼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고, 지난 8년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무대에 거의 빠짐없이 섰다. 대표작은 ‘지젤’의 알브레히트, ‘스파르타쿠스’의 스파르타쿠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카라보스, ‘마타 하리’의 마슬로프 등이다. 올해 초연하는 창작 발레 ‘호이 랑’의 남자 주역도 그가 맡았다.

아직도 날이 추우면 다친 곳이 쑤신다는 김기완은 8년 만의 승급에 “홀가분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모든 무용수가 얻을 수 있는 직함이 아니기에 “인정받은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의 축하에 행여나 마음이 들썩일까봐 연습에 더 매진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완은 동생 김기민(27)과 함께 ‘형제 발레리노’로 유명하다. 김기민은 2011년 동양인 최초로 세계 3대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해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이다. 형제는 클래식 작곡가였던 어머니의 안내로 김기완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발레를 배웠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가 개봉했을 무렵, 강원도 춘천의 한 발레학원에서 춤을 추는 남자라곤 자신과 동생뿐이었다.

“쫄쫄이를 입고 발레를 하는데 왠지 편하고 재미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빌리 엘리어트’를 봤는데, 엔딩에서 주인공이 날아오를 때 마치 우리의 미래처럼 설렜다.” 공무원 아버지는 빌리의 아버지처럼 춤추는 아들을 탐탁치 않아했다. 하지만 큰 아들이 예원학교에 진학한 뒤 생각을 바꿔 물신양면으로 지원해줬다.

“부모님이 우리에게 올인하셨다. 둘이 연습하거나 공연하는 장면을 다 찍어 지금도 집에 가면 연습 날짜·장소가 메모된 6미리 테이프가 빼곡히 진열돼있다. 아버지는 예술과 무관한 삶을 사셔서 무섭기도 하고, 고민도 컸을 것이다. 예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올바르게 이끌어주셨다. 다행히 형제가 잘됐다. 아버지가 ‘잭팟 터졌다’고 하신다.(웃음)”

형제간 우애는 아주 좋다. 동생은 지금도 김기완을 형이 아니라 ‘형아’라고 부른다. 동생보다 7cm가 더 큰 형은 어릴 적 재주가 많은데다 장남이라 가족의 총애를 받았다. “동생이 형의 그늘에서 자랐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동생이 발레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지금은 자주 동생과 비교당하는 질문을 받는다.

김기완은 “동생이 한번은 ‘자신이 방해가 되는지’ 물어봐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만약 동생과 내 자리가 뒤바뀌었다면 어땠을까. 동생이 밑에서 크게 받쳐주는 지금이 더 균형감이 있다. 우리 집이 화목한 비결이라고 말해줬다”며 든든한 형의 면모를 드러냈다.

대놓고 동생 자랑도 했다. “옛날부터 동생은 나와 달리 시대의 아이콘이 될 무용수라고 느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예술가가 우리 집에서 나왔으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김기민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무용수다.” 동생은 과거 “조급하고 걱정이 많은 자신과 달리 형은 정신력이 아주 강해 큰 공연을 앞두고 자주 의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활 운동 당시 ‘동생은 못 이기더라고 자신은 이기겠다’는 각오로 임했다는 김기완. '동생의 정신적 지주'가 분명한 그는 타인의 시선에 휩쓸려 자신을 들볶기보다 현재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보폭으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본인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무엇을 하냐고 묻자 김기완은 “그걸 의식해 춤추기보다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자신의 색깔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내 색깔이 조금 나왔다고 보나 그게 더 확고해지려면 앞으로 더 많이 춤춰야 한다. 올해부터는 국립발레단 정기공연뿐만 아니라 춤출 기회가 생기면 더 자주 무대에 오르고 싶다.”

차이코프스키와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즐겨듣고, 서정적인 무용작품을 좋아한다는 그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를 꼽았다.
“드라마를 잘하는 무용수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기위해 지금 주어진 무대에 충실할 것이다.
오늘을 잘해야 내일이 있고, 어제의 노력이 헛되지 않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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