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발레리노 김기완
2019.02.18 17:07
수정 : 2019.02.18 17:07기사원문
국립발레단이 올해 한국의 미를 살린 신작 '호이 랑'(12월)을 비롯해 차이콥스키의 3대 명작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4월), '백조의 호수'(8월), '호두까기 인형'(12월) 그리고 로맨틱 발레 '지젤'(6월) 등을 선보인다. 또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마타하리'(6월)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올해 국립발레단 라인업의 중심에는 김기완(30)이 있다.
그는 '연수' 단원으로 입단한 첫해 '호두까기 인형'의 주역에 파격 캐스팅돼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무대에 거의 빠짐없이 섰다. 대표작은 '지젤'의 알브레히트, '스파르타쿠스'의 스파르타쿠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카라보스, '마타 하리'의 마슬로프 등이다. 그는 올해도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지젤' 무대에 선다.
지난 15일 만난 김기완은 8년 만의 승급에 "홀가분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모든 무용수가 얻을 수 있는 직함이 아니기에 "인정받은 것 같다"며 "주위 사람들의 축하에 행여나 마음이 들썩일까봐 연습에 더 매진한다"고 말했다.
'호이 랑'은 연말 공연이지만 벌써 연습에 돌입했다. 이 작품은 특히 강수진 예술감독이 도입한 '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 중인 단원 강효형(솔리스트2)의 두 번째 전막 발레다. 지극한 효심과 애국심 그리고 능력으로 사랑을 쟁취한 한 여성의 성장 드라마다. 김기완은 극중 '랑'의 성장을 돕는 우직한 장군 '정'을 맡았다. 그는 "남장한 정의 정체를 눈치 채는 인물로, 나중에 정을 두고 배신한 부하와 삼각구도를 형성하는 인물"이라며 "강효형 누나가 음악 선정부터 동작까지 다 새로 만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석무용수로서 서는 첫 무대는 국립발레단의 2019년 첫 공연인 '댄싱 인더 뮤직'이다. 무용수들의 갈라 공연이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해설, 라이브 연주와 어우러진다. 그는 "수석이 되기 전에도 주역을 맡아와 직함에 따른 부담은 없다"면서도 "다만 '레전드'는 처음 추고, 고난위도 기술이 많다. 러닝타임은 7~8분이지만 대표성을 띄는 장면이라 전막과 다른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기완은 동생 김기민(27)과 함께 '형제 발레리노'로 유명하다. 김기민은 2011년 동양인 최초로 세계 3대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해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이다. 동생은 지금도 김기완을 형이 아니라 '형아'라고 부른다. 하지만 같은 길을 걷다보니 동생과 비교당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김기완은 "동생이 한번은 '자신이 방해가 되는지' 물어보더라. 만약 동생과 내 자리가 뒤바뀌었다면 어땠을까. 동생이 밑에서 크게 받쳐주는 지금이 더 균형감이 있다. 우리 집이 화목한 비결이라고 말해줬다"며 든든한 형의 모습을 보였다. 동생은 과거 "조급하고 걱정이 많은 자신과 달리 형은 정신력이 아주 강해 큰 공연을 앞두고 자주 의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활 운동 당시 '동생은 못 이기더라고 자신은 이기겠다'는 각오로 임했다는 김기완. 그는 타인의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본인의 색깔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냐고 묻자 김기완은 "그걸 의식해 춤추기보다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자신의 색깔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내 색깔이 조금 나왔다고 보나 그게 더 확고해지려면 앞으로 더 많이 춤춰야 한다. 올해부터는 국립발레단 정기공연뿐만 아니라 춤출 기회가 생기면 더 자주 무대에 오르고 싶다." 안무가에 도전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는 "안무는 해봤는데, 무대를 흥행시킬 자신이 없다"며 "춤을 더 잘 추는 게 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차이코프스키와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즐겨듣고, 서정적인 무용작품을 좋아한다는 그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를 꼽았다. "드라마를 잘하는 무용수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기위해 오늘 내게 주어진 무대에 충실하려 한다. 오늘을 잘해야 내일이 있고, 어제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