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화웨이 동맹’ 금 가나… 英 이어 獨·佛도 빗장 풀 듯

      2019.02.18 17:54   수정 : 2019.02.18 17:54기사원문
군사·안보상 미국과 유럽의 동맹관계에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화웨이 금지' 공동전선에도 이상기류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영국이 화웨이를 금지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핵심 정보 접근이 가능한 영국의 이같은 행보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화웨이에 빗장을 풀 것으로 전망된다.

서구를 '화웨이 청정지역'으로 만들고,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계획에도 충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美화웨이 금지 노력에 찬물

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영국 국가사이버안전국(NCSC)이 "중국 화웨이의 초고속 5G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하는데 따르는 위험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동맹들의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설득한 논리가 올바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중국이 화웨이 장비를 이용해 사이버 상에서 스파이 활동을 할 수 있다며 동맹들에 사용 금지를 요구해왔고, 미 국가안보국(NSA)은 설득을 위해 동맹국들과 일부 정보를 공유해 왔다. 미국은 5G가 매우 빠르고, 이에따라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이어서 중국 통신장비를 쓰는 것은 그 위험이 너무 높다고 주장해왔다.

또 미 정보 관리들은 증거는 없지만 화웨이가 통신 장비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끼워 놓았을 수 있으며 이를 업데이트 해 스파이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신업체들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행정명령 발동도 검토 중이다. 미국과 핵심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5개의 눈' 참여국들인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는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구금해 중국과 갈등까지 빚고 있다. 일본도 암묵적으로 금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유럽, 英허용으로 명분 얻어

그러나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영국은 이를 허용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영국은 '5개의 눈' 참여국이자 미국의 핵심 맹방으로 미국만큼이나 화웨이와 관련한 정보를 갖고 있을테고, 그런 영국이 그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영국의 지침을 적용하는 한 화웨이 사용에 문제는 없다는 결론이 가능해진다.

소식통은 영국의 이같은 결론은 유럽 지도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영국은 '5개의 눈' 정보공유를 통해 미국의 매우 민감한 정보에 접근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만약 영국이 국가안보 위협을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그들도 자국 국민들과 미 행정부에 다짐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영국의 권장 예방조처를 실행하는 한 중국 통신장비 사용을 허가하는데" 별 다른 문제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 감청정보국인 GCHQ의 로버트 해니건 전 국장은 NCSC가 화웨이를 통한 중국의 사이버 활동이 실재한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면서 "5G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중국의 기술이 무엇이 됐건 간에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어떤) 주장도 난센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영 비밀정보국 MI6의 앨릭스 영거 국장도 15일 영국은 화웨이 대응에서 미국에 비해 온건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면서 이 문제는 너무도 복잡한 것이어서 단순히 한 업체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대신 NCSC를 통해 화웨이 장비가 안고 있는 결함 요인들을 찾아내고 이를 수정하는 절충안을 택하고 있다. NCSC는 화웨이와 위원회를 구성해 장비 결함 수정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왔다.


한편 화웨이의 쉬즈쥔공동 회장은 최근 "어떤 이들은 화웨이 장비를 쓸 경우 미국 (정보)기관들이 (화웨이 장비를 쓰는) 이들 국가의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이 화웨이 금지를 동맹들에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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