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베네수엘라 사이에 둔 '원조 전쟁'

      2019.02.21 16:35   수정 : 2019.02.21 16:35기사원문

미국과 러시아가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두고 '원조 전쟁(aid wars)'에 들어갔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은 "오는 23일 인도주의적 원조 반입 여부를 두고 과거 냉전시대 적대국이었던 미국과 러시아 이 대치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낸 인도주의적 원조의 반입을 가로막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보낸 의약품 등 원조품은 해상으로 전달받았다고 AP통신은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원조품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당 보도에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지원하는 의약품 등 원조품 300톤이 베네수엘라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이 강제로 원조를 반입시켜 미국의 군사 개입을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드미트리 로젠탈 러시아 국영 남미연구소 소장은 "러시아가 마두로 정권에 인도주의적 원조와 경제적 지원을 '조심스럽게' 이어갈 것"이라면서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이익을 베네수엘라의 이익보다 우선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원조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적용하는 제재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원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스스로 대통령임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해외에 인도주의적 원조를 요청함에 따라 미국은 식량, 의약품 등 구호품을 보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이 국경을 폐쇄하는 등 미국의 원조 반입을 강하게 반대해 해당 구호품은 현재 콜롬비아 국경지역 쿠쿠타 소재 창고에서 반입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 정권의 반대에도 오는 23일 미국의 원조를 반입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통해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해외원조품 반입을 막기 위해 추가로 국경을 폐쇄하기로 결졍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야권의 해외 원조 국내 반입을 막기 위해 카리브해 3개 섬에서 항공 및 해상 교통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폐쇄한다고 20일 밝혔다.

NYT는 이 같은 결정은 야권이 해외 원조를 국내 반입키로 예정된 23일을 염두에 두고 미리 발표된 것으로 풀이했다. NYT는 "이번 원조 반입은 야권에게 마두로 정권을 몰아내는데 중추적인 순간으로 평가된다"면서 "야권은 오는 23일 브라질의 동쪽 국경과 콜롬비아의 서쪽 국경을 통해 해외 원조를 국내로 들여오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카를로스 로메로 베네수엘라 센트럴대학 국제관계학 교수는 "마두로 정부를 위한 러시아의 원조는 미국 정부가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는 것에 비교할 때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면서 "다만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지닌 양국이 베네수엘라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현재로선 베네수엘라의 운명이 다른 나라의 손에 달려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