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증발한 빈곤층 56%는 무직… 근로소득 37% 줄었다
2019.02.21 17:41
수정 : 2019.02.21 17:41기사원문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상·하위 소득격차가 더욱 확대되면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력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고용 가뭄'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은 5.47배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관련통계 집계 이래 4·4분기 기준 가장 크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분위 계층(최상위 20%)의 평균소득을 1분위 계층(최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 격차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4·4분기 기준 지난 2013년 4.61배로 떨어진 이후 2014년(4.54배), 2015년(4.37배), 2016년(4.63배), 2017년(4.61배)까지 4배 수준에 머물렀던 소득 5분위 배율이 대폭 확대된 것이다.
이처럼 소득분배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은 일자리 감소 효과가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1분위 근로소득은 43만5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6.8%나 감소하면서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지난해 한계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이 소득분배 상황을 악화시킨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 "정부 정책효과가 확대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의 악화 정도가 이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가구당 취업자수는 1분위와 2분위가 각각 0.64명, 1.21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0.17명, 0.10명 감소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4분위와 5분위의 가구당 취업자수는 1.79명, 2.07명으로 각각 0.02명, 0.05명 늘어났다.
또 지난해 4·4분기 1분위 무직가구 비중은 55.7%로 전년동기(43.6%)보다 12.1%포인트나 상승했다.
특히 고령층이 많은 저소득층 특성상 현재 2인 이상 가구 대상에서 1인가구까지 조사범위를 넓힐 경우 소득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4·4분기 1분위 가구주 연령은 평균 63.4세, 2분위는 53.8세였다. 반면 5분위는 50.3세로 소득분위가 높아질수록 나이가 비교적 젊은 모습을 보였다. 전국 2인 이상 70세 이상 가구주 비중은 1분위가 42.0%로 전년동기 대비 5.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전체 가구(13.0%)의 3배 이상에 달하는 것이다. 1분위 가구주 자영업자 비중은 2017년 4·4분기 13.7%에서 지난해 4·4분기 15.9%로 늘어났다. 반면 2분위 가구주의 자영업 비중은 같은 기간 24.4%에서 19.3%로 5%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내수 부진으로 2분위 자영업 가구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1분위로 내려앉았다는 분석이다.
■고용한파에 소득격차 더 커지나
문제는 침체된 고용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9만7000명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규모로 직전 2017년(31만6000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1월 취업자수 증가폭도 1만9000명에 그쳤다. 실업자수는 122만4000명으로 2000년 1월(123만2000명) 이래 19년 만에 역대 최대다. 제조업 취업자수는 2017년 1월 이후 최대폭인 17만명 감소하는 등 10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제조업 구조조정 여파가 미치면서 소득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면서 "독거노인이 많은 1인가구까지 포함하면 결과가 더욱 충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