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나비효과’ 서민식당 음식값도 뛴다
2019.02.24 17:41
수정 : 2019.02.24 17:41기사원문
"사람 하나에 드는 값이 몇 년 전보다 (한 달 기준) 삼십 만원 넘게 올랐다고 보면 된다."(서울 동교동 설렁탕집 주인)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들이 줄지어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다. 연초부터 배달대행업체 월 이용료가 오르면서 배달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일찌감치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신촌동, 동교동, 화곡동 등에서 닭볶음탕, 순대, 백숙 등을 주메뉴로 영업하는 서민식당 30곳 중 18곳이 가격인상을 단행했거나 인상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18곳은 지난 수년간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으나 최저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원재료 값과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또 나머지 12곳 식당 중 4곳도 가격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가격인상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와 원재료 값 상승이다. 지난해 말 50% 이상 가격이 폭등한 닭을 비롯해 쌀·낙지·감자·고구마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신촌동에서 백숙집을 운영해온 이모씨(52·여)는 최근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이씨는 가격을 올린 이유로 "닭 가격이 한 달 새 2000원 가까이 뛰니 감당하기가 어려웠다"며 "젊은 손님들은 프랜차이즈로 가고 수입이 점점 줄어드는데 임대료까지 올려달라고 하니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못 버틴다"고 말했다.
닭볶음탕 맛집으로 소문난 서울 종로3가의 한 가게도 메뉴 가격을 최근 1000원씩 인상했다. 2015년만 해도 2인 기준 2만원이던 게 매년 조금씩 올라 올해는 2만3000원이 됐다. 가게 점원은 "TV에도 자주 나오고 줄을 서서 먹을 만큼 장사도 잘되는데 재료 값도 그렇고 인건비도 올라서 수입이 줄었다"고 밝혔다.
직원을 많이 쓰는 가게는 인건비 타격도 크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조모씨(67)는 "단골도 많고 서민음식이다 보니 가격을 올리기 미안해서 쓰는 사람을 줄였는데 바쁘면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라며 "인건비도 재료 값도 오르는데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면 내 벌이가 그만큼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 푼이라고 절약하기 위해 직접 담그던 김치 대신 싼 걸 구입해서 내놓으려 한다"고 털어놨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백순대를 파는 김모씨(36)는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재료 값도 언제든 더 오를 수 있어 부담이 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백순대가 서민음식이니 최대한 (가격을 유지하고) 버텨볼 생각"이라며 "미끼상품을 통해 술이나 볶음밥 매출을 키우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달보다 농수축산물은 2.5%, 전기와 수도, 가스비는 1.4% 상승했다. 특히 쌀 21.8%, 낙지 31.6%, 도시가스 3.5% 등 가격이 오르면서 관련 식자재를 사용하는 외식업자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