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정쟁 수단돼 처리 늑장… ‘국회선진화법’ 손봐야

      2019.02.24 17:44   수정 : 2019.02.24 17:44기사원문

입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손 볼 곳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일하는 국회'를 위한 제도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핵심과제다.

특권 폐지가 개별 국회의원의 도덕성을 회복하는데 일조한다면 민의를 반영한 법과 제도 정비 등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해낼 때 무너진 입법부의 권위와 위상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회는 추락한 입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해 폭력 사태나 날치기 법안 처리를 막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법 제정 과정에서 폭력사태는 사라졌지만 쟁정법안 중심의 주요 민생경제법안 처리가 매우 까다로워지면서 일하는 국회의 모습과는 더 멀어지게 됐다는 평가다.

최근 국회에선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 기존의 선진화법 개정과 동시에 매달 한 번씩 반드시 국회 문을 여는 상시국회 전환 등 다양한 제도 개선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민의가 없는 민의의 전당

과거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여야는 쟁점이 첨예하게 나뉘는 법안들의 경우 폭력사태가 벌어지더라도 국회 문을 열고 어떻게든 민생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폭력사태는 사라졌지만 대신 쟁점법안 처리가 매우 까다로워졌고 오히려 쟁점법안을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청와대의 중앙선관위원장 임명 강행 등을 문제삼아 보이콧을 선언, 2월 임시국회도 사실상 물건너갔다.

국회선진화법에선 예산안을 제외한 쟁점법안의 경우 재적의원의 5분의 3(180석)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본회의에서 통과되도록 요건이 강화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급한 법안은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 제도를 두긴했지만, 패스스트랙도 법안 처리까지 최장 330일이 소요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 기간을 60일로 대폭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당은 여전히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용도로 선진화법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 선진화법 개정 논의와 동시에 국회에서는 임시국회 제도도 없애, 매월 1번 이상 국회 문을 반드시 여는 상시국회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시국회라는 제도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무분별하게 법안을 제정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으로 시대에 뒤떨어지는 제도라는 분석도 상시국회 전환 논의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회법상 현재는 의장이 교섭단체대표와 협의해 짝수월인 2, 4, 6, 8월에 임시국회를 열도록 하는데, 앞으로는 매달 본회의를 상시적으로 열어 민생법안 등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 국회의장 직속 국회혁신자문위원회는 지난 22일 '상시국회 운영체제 마련을 위한 매월 임시회 집회 방안'을 의장에 보고한 상태다.

■대국민 소통 강화로 입법부 권위 제고

입법부의 소임을 제대로 하기 위해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선결 과제다.

제대로 된 법안 발의를 위한 전제는 국민들을 위한 법안이 어떤 것인 지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이 국회 내에도 이미 입법 청원국이 있지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사실상 이를 알고 이용하는 국민은 없는 실정이다.


심지연 국회 혁신자문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청와대는 입이 한 개지만, 국회는 입이 300개인데, 분야별로 나눠진 각 상임위의 청원기능을 제대로 활용해 국민을 대변하게 하면 청와대 보다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위원장은 "국회가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도록 제도화 해두면 자연스럽게 입법부의 위상이 올라가고 행정부의 견제도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일하는 국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입법 실효성 검증 강화 △상시 회의실 개방으로 소통 원활한 환경 조성 △회의실 활용을 위해 불필요한 친목 단체 등의 국회 사용 제한 등이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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