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도시의 흥망

      2019.02.25 17:47   수정 : 2019.02.25 17:47기사원문
SK하이닉스가 최근 반도체공장 후보지로 용인을 낙점하면서 다른 도시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용인지역 주민들은 환영 일색이지만 이웃인 이천시를 비롯해 충남 천안, 경북 구미 등 경쟁도시들은 침통한 표정이다. SK하이닉스가 용인을 후보지로 낙점했지만 입지가 최종 확정되기 위해 오는 3월에 열리는 수도권정비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긴하다.



■'기업유치=도시경쟁력' 지자체 기업유치에 사활
지방도시들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선 이유는 막대한 경제효과 때문이다. 이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최대 120조원을 투입해 경기도가 세계적인 반도체 지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완공되면 고용 효과도 크다. 직접 고용 효과는 약 1만5000명이지지만 여기에 협력사 고용 등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이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주변 도시까지 함께 발전해 수십조 원대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화 이후 도시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우량기업 유치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기업을 유치하면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고 이는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유치에 따라 국내 부자도시의 순위가 바뀐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울산, 구미,거제 등 전통적 제조업 도시는 기울고 대신 화성, 아산, 천안, 평택 등 중부권 기업도시들이 뜨고 있다. 경기 화성의 변화상은 놀라울 정도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가 2014년 7376만원으로 아산(8455만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06년 말 4149개였던 소재 기업체 수가 9601개로 2배 이상 늘면서 최근 10년간 인구증가율도 전국 1위였다.

■세계 대도시들도 기업유치 위한 전쟁
우리나라 뿐이 아니다. 세계의 대도시들도 간판기업 유치를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벌인다. 일자리를 만들려 내편 네편도 가리지 않는다. 2017년 10월 온라인 쇼핑업체 아마존의 제2 본사 유치전에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238개 도시가 신청서를 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마존이 50억달러를 투자해 6만여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많은 도시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뉴욕주와 뉴욕시는 30억 달러 상당의 세금 혜택과 지원을 약속하며 어렵게 계약을 따냈지만 스스로 걷어찼다. 아마존이 최근 뉴욕의 제2본사 설립 계획을 전격 철회하면서 "뉴욕 시민 70%가 찬성하지만 많은 지역 정치인들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다"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하원의원도 30억 달러의 세제 혜택에 대해 "뇌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의 경제적 미래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이들을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의 철회 과정에 대해 "진보 세력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한 대안 부재를 노출했다"고 보도했다. HQ2 건립 반대에 가장 앞장선 인물인 올해 29세 미국 하원 의원 오카시오 코르테스는 아마존의 철회 발표 후 "아마존의 탐욕과 노동자 착취,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제프 베이조스)을 물리친 날"이란 트윗을 날렸다.
하지만 뉴욕 시민에게 진정한 승리가 될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금융·증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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