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어든 택시 때문에 행인 치어 사망... "스키드마크 없어 긴급피난 아냐"

      2019.03.02 08:09   수정 : 2019.03.02 14:40기사원문





# 지난해 2월 6일 오후 4시 45분께 인천시 서구의 한 도로에서 1차로을 달리던 택시기사 B씨는 마침 보도 끝 부분에 서 있던 행인 C씨를 태우기 위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1차로에서 3차로로 급하게 차로 변경을 시도했다.
같은 시간, 3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레이 차량을 운전하던 A씨는 이 택시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우측으로 조작하면서 행인 C씨를 들이박게 됐다. 결국 이 사고로 행인은 뇌부종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택시 운전사와 레이 운전자 모두 기소됐다.


지난 1월 27일 이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인천지방법원에서 내려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택시가 1차로에서 3차로로 급히 차선 변경하는 것을 보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틀면서 급제동도 했다"며 "당시 사고 상황은 업무상 과실이 없는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도로교통공단 안전조사부도 두 차량의 속도, 차량 간 거리, 차량과 피해자의 거리 등을 고려하면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박희근 판사는 레이 승용차 운전자 A(28)씨에게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B(69)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다음 내용은 재판장이 내린 A씨에 대한 판결문 중 일부다.

‘당시 레이 차량의 제동장치 조작으로 인한 스키드마크가 발견되지 않았다. 피고인이 전방 주시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다면 진행 방향 전방 우측 도로변에 피해자가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조향장치(핸들)를 조작함에 있어서 그 조향각을 조절하여 운전 택시와 피해자 사이로 진행하거나 이 사건 도로의 우측 진입도로로 진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인천지방법원>

■ 전방주시 '안 해', 스키드마크 '없어'.. 법원 "긴급피난 아냐"
재판부는 레이 차량의 ‘스키드마크‘(Skid-mark)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콕 집었다.

스키드마크란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했을 때 자동차가 미끄러지면서 노면에 남기게 되는 타이어의 검은 자국이다. 급제동에 의해 나타나므로 운전자의 위험 발견시점을 추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위험을 직감했다면 최소한 차를 세우려는 시도를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당시 A씨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 스키드마크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전방 주시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행인을 봤을 테고, 이를 피하기 위해 흔들 조작을 다른 방향으로 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최성욱 보험보상전문가는 “재판부는 사망사건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적극적인 잘못이 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과연 잘못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느냐라는 엄격한 방향으로 검토가 이루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전문가는 A씨가 어떠한 방법으로도 행인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치상으로 레이 차량과 피해자 간의 거리가 9m니까 이 차량이 9m를 가는 데 0.9초가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사람이 운전을 하다가 전방에 끼어드는 차량을 눈으로 발견하고, 이를 머리로 인지해서, 다시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몸에 전달하고, 이렇게 해서 실제로 브레이크를 밟을 때까지 드는 시간만 0.5초~1초가 걸릴 것”이라며 “따라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레이 차량과 피해자 간의 시간거리가 0.9초 정도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브레이크를 용케 밟아도 제동거리가 있기 때문에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보여 진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도로 운전 중 두 개 차선을 연달아 변경하는 운행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이 운전자가 사고 직전에 어떻게 했었어야 했냐 하는 부분보다, 운전자가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차선을 변경하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라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사례였다”라면서 “레이 차량의 입장에서는 택시가 2차로로 넘어올 때까지 3차로로 진입할 거라곤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시 운전사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택시 운전사는 사고를 유발하고 현장을 도주했기 때문에 아무리 피해자 측과 형사합의를 했다고 쳐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판결은 좀 부족한 형량이 아닌가 하는 생각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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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a@fnnews.com 정용부 양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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