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많은 고비 넘겨야… 우리 역할 더 중요해졌다"
2019.03.01 17:25
수정 : 2019.03.01 18:07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의 북·미 하노이 담판 결렬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1일 삼일절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 타결에 더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말로 북·미 대화의 '구원투수'로 다시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대일본 메시지로는 강제징용자 배상판결, 위안부 문제, 초계기 갈등 등으로 악화된 양국 관계를 고려해 예년에 비해 과거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추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文대통령, 비핵화 구원투수 자처
이날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거행된 삼일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친일잔재 청산 △북·미 대화 완전타결 의지와 신한반도 체제 △대일 메시지 △포용국가 추진 등 4개 분야 순으로 추진과제를 언급했다. 이 중에서도 북·미 대화 완전타결 의지와 신한반도 체제 비전 제시가 연설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으나, 북·미 하노이 대화가 성과 없이 종료됐다는 점에서 남북 평화·경제공동체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100년의 비전인 신한반도 체제 구상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임팩트가 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북·미 핵담판 결렬로 연설문이 일부 수정되면서 '신한반도 체제' 메시지 비중이 조정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한 것도 북·미 대화가 난관에 봉착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대화가 결렬된 지 하루 만에 한국의 역할론을 다시 부각시킨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와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 대화를 잇는 중재외교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그러나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드러난 한·미 간 '불신과 불통'은 중재외교의 총체적 난국으로 지목된다. 전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3실장, 핵심 참모들과 함께 서명식 및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집무실 TV로 볼 계획"이라고 전한 지 불과 25분 만에 드러난 회담 결렬, 미국 측이 꺼내 든 영변 핵시설 외 추가 핵시설 문제 등은 청와대와 외교당국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목이다. 하노이 회담 당일 대북제재 완화 상황을 상정, 남북경협을 추진하겠다며 외교·통일을 담당하는 국가안보실 2차장에 통상전문가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앉힌 것 역시 청와대가 이번 회담에 대해 '깜깜이'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한·일 관계 미래지향적 개선 시도
이날 관심을 끈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는 예년에 비해 낮았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는 이번 삼일절 대일 메시지 작성을 위해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하는 한편, 동북아역사재단 등 유관단체들과 함께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 역사 바로 세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친일잔재 청산도, 외교도 미래지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일본의 역할, 악화된 한·일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시선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삼일절 100주년을 기점으로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평화'라는 단어를 30회 사용했다. '국민'이라는 표현은 18회, '민주'라는 표현도 11회 언급했다. '독립'은 25회, '친일'이라는 표현은 6회 사용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