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사랑하는 아내 조세핀에게 "당신에게선 늘, 샹베르탱 와인 향이 난다오"

      2019.03.14 16:53   수정 : 2019.03.15 08:12기사원문



"샹베르탱 와인 한 잔을 보는 것 이상으로 미래를 장밋빛으로 만드는 것은 없다." '샹베르탱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1769~1821)입니다.

24살에 장군이 돼 30살에 프랑스 정권을 장악하고 32살에 스스로 황제의 관을 쓴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샹베르탱 와인을 즐길 정도로 와인 애호가입니다. 샹베르탱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 꼬뜨 드 뉘의 지브리 샹베르탱에서 나는 피노누아 와인으로 풍부한 향과 강렬한 맛을 지닌 명품 와인입니다.
그 중에서도 나폴레옹이 좋아했던 와인은 끌로 드 베제라는 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빚은 샹베르탱 와인입니다.

샹베르탱을 볼때면 뿌연 포연이 자욱한 전장의 막사에서 미소를 지은채 향기로운 루비빛 샹베르탱 와인을 마시며 세계 정복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그의 얼굴이 연상됩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자신이 이토록 좋아하는 와인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요?

나폴레옹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습니다. 프랑스령인 지중해의 작은 섬 코르시카에서 변호사이던 아버지의 여덟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수학, 지리, 역사 등의 과목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16살에 프랑스 육군사관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포병 장교가 됩니다. 이후 주변국과의 연이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며 일약 프랑스의 영웅으로 떠오릅니다. 유럽 대부분을 정복하며 32살에 유럽을 통일하며 황제로 등극합니다. 샤를마뉴 대제 이후 800년만입니다.

■전쟁 속에서도, 유폐 중에도 와인 즐긴 지독한 와인 매니아

그러나 나폴레옹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었습니다. 황제에 오른 후 45만명의 병력을 이끌고 떠난 러시아 원정은 나폴레옹의 운명을 바꿔놨습니다. 러시아 원정 실패와 이로 인한 다른 유럽국가들의 반기로 나폴레옹은 위기에 몰리며 황제에서 폐위됩니다. 그뒤 천신만고 끝에 재기했지만 결국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면서 영국군에 의해 대서양 오지인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폐됩니다. 아내조차 찾아오지 않는 그 섬에서 그의 유일한 낙은 와인을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샹베르탱 와인은 아니었습니다. 영국 정부에 프랑스 와인을 공급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번번히 거절당했습니다. 나폴레옹의 와인관리인이던 몽톨롱 백작이 프랑스 와인 대신 가져오는 남아프리카의 '콘스탄스' 와인을 마셨습니다. 이 와인은 프랑스 와인과 비슷한 맛이 났다고 합니다.

"내 유골을 센 강변에 묻어 내가 그토록 사랑한 프랑스 국민 속에 남아있게 해달라···. 나는 영국과 그에 고용된 암살자들 때문에 내 명을 못다 살고 가노라." 유배지에서도 절도있는 생활과 규칙적인 습관을 유지했던 그는 유폐 6년만인 1821년 52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게 됩니다.

■유배 중 즐기던 와인속 비소로 암살 당해

공식적인 사인은 위암이지만 일각에서 제기한 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와인을 주기적으로 가져다주던 몽톨롱 백작이 와인에 비소를 섞어 서서히 암살을 했다는 것인데요. 몽톨롱은 그의 부인 아르빈과 결혼하려고 할때 나폴레옹이 극심한 반대를 했고 그가 결혼을 강행하자 그를 해임시켰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원한을 가진 몽톨롱이 나폴레옹에게 일부러 접근해 그가 마시는 와인에 수년간에 걸쳐 비소를 섞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를 지독히 사랑했던 나폴레옹이 죽으면서 남긴 마지막 말은 "프랑스,군대,조세핀"이라고 합니다. 조세핀은 나폴레옹의 첫번째 부인으로 결혼 전에 강렬한 개성으로 프랑스 사교계를 주름잡던 여인입니다. 그러나 결혼 후 아기를 낳지 못해 1809년 그의 가문에서 쫒겨났습니다. 나폴레옹은 이후 오스트리아 왕녀를 비롯해 많은 여자들을 아내로 맞았지만 죽을때까지 조세핀을 잊지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 "내사랑, 조세핀. 오늘은 씻지말고 나를 기다려주오"라는 문구가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은 조세핀에게서 늘 샹베르탱 와인의 냄새를 느꼈다고 합니다.

1814년 엘바섬에서 첫번째 유배생활을 하던 중 조세핀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나폴레옹은 "단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소. 단 하룻밤도 그대를 내 팔에 끌어안지 않은 적이 없소. 어떤 여인도 그대 만큼 큰 헌신과 열정, 자상함으로 사랑하지 않았소"라며 비통해했다고 합니다.
세상을 떠난 지 두세기가 다됐지만 조세핀과 샹베르탱을 향한 나폴레옹의 사랑은 지금도 아련하게 전해집니다. 오늘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샹베르탱 와인 한잔 어떨까요.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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