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금고 교차지원 허용 추진 논란..시민단체 "지방분권 역행" 반대 입장

      2019.03.19 10:45   수정 : 2019.03.19 10:55기사원문


부산시 예산을 맡아 관리하는 지자체 금고를 선정할 때 주금고와 부금고를 교차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부산시의회 조례안 입법예고가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시민단체가 지방분권에 역행한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19일 '부산시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안 입법예고에 따른 의견 제출'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분권 차원, 지방살리기 차원에서 지역은행을 부산시민이 지켜야 한다"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시민연대는 "지금은 지방의 시대이며 지역이 주인이 되는 시기"라면서 "지방분권 차원에서 지방살리기에 서울에 있는 본사 시중은행의 자금력으로 지역은행을 죽인다면 결국 지방살리기와 지방분권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시민연대는 "시 금고 지정의 협력사업비 경쟁은 소모적인 출혈경쟁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향후 재검토돼야 할 사항"이라며 "협력사업비를 앞세운 시중은행이 자치단체 공략에 나설 경우 자치단체들 금고는 시중은행이 모두 차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연대는 "지방은행의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은 생각지 않고 협력사업비로 시중은행과 경쟁하라는 것은 지방은행에는 무리한 요구"라면서 "돈의 논리로만 경쟁한다면 지역은행은 설자리가 없어지고 그 피해는 지역상공인 및 부산시민들에게 오롯이 돌아갈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공고된 '부산광역시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의 8조 2항은 지역은행과 자금력이 몇배 더 큰 시중은행을 무한경쟁시키는 조항으로 지역경제와 지역금융, 부산시민의 입장에서 신중하게 재검토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의회의 '부산시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안' 입법 예고는 경쟁을 통해 재정운영 안정성을 도모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으나 지방은행은 과도한 협력사업비를 낼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규칙으로 운영되던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을 상향시켜 만든 이번 조례안은 2개 이상 금융기관 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금고 지정방법과 평가항목 기준을 규정했다.


금고지정을 위한 심의위원회 설치 규정과 금융기관 교차 지원 등에 관한 규정도 담고 있다. 핵심은 주·부금고를 교차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주금고는 부산시 한 해 예산 13조원 가운데 70%를, 부금고는 특별회계를 포함해 30%가량을 맡아 관리한다. 현재 BNK부산은행이 주금고로, KB국민은행이 부금고로 지정돼 있다.

부산시는 2021년부터 4년간 지자체 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을 내년 말 선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주금고와 부금고를 동시에 지원할 수 없었지만 조례안이 시행되면 내년 시금고 선정때부터 교차 지원을 할 수 있어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례 제정에 맞춰 몇몇 시중은행은 벌써부터 금고 유치를 위해 부산지역 조직 강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부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김문기 의원은 "과거 규칙대로 하면 주금고를 한 번 맡은 은행은 다음에도 계속 지정될 수 있다"며 "그런 제한을 풀고 공개경쟁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사업비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지방은행이 해왔던 부분도 평가할 수 있도록 앞으로 조례안 개정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경쟁하려면 결국 과도한 협력사업비를 낼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1일 전국 6개 지방은행 노사는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 개선 때 지방은행 입장을 배려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지방은행 노사는 "최근 일부 시중은행이 출연금(협력사업비)을 무기로 지자체 금고 유치에 나서고 있는데 출연금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다시피 하는 현 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지역 발전을 위해 지방 정부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은 채 금리나 협력사업비로 시중은행과 경쟁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부산은행은 2016년 주금고로 지정될 때 222억원을, 국민은행은 75억원을 협력사업비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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