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조조직·단협적용률 OECD 최하위… 임금불평등 원인
2019.03.19 17:32
수정 : 2019.03.19 17:32기사원문
한국의 단체협약 적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단협 적용률은 근로자들의 임금불평등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단협 적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낮은 조직률, 더 낮은 단협 적용률
19일 OECD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0.7%로 최하위권에 자리해 있다.
흔히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서유럽이나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복지의 천국'으로 인식되는 북유럽 국가들의 노조 조직률을 살펴보면 노르웨이가 52%, 핀란드 65%, 스웨덴이 66%로 한국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서유럽 국가의 경우 영국이 24%, 독일이 17%, 스페인이 14%의 노조 조직률을 기록했다.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다소 낮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눈에 띄게 높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이 노조 조직률보다 단협 적용률에서 더욱 현저하게 뒤처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그 단체 사이의 협정으로 체결되는 노동법규를 말한다.
노조 조직률이 낮다는 것은 중소·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이 근무환경 등의 문제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단협 적용률이 높을 경우 이 같은 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산별교섭 등을 통해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들까지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프랑스의 경우 노조 조직률은 11% 수준으로 높지 않지만 단협 적용률은 98%에 육박한다. 반면 한국의 단협 적용률은 12%로 OECD 평균인 32.2%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OECD는 단협 적용률이 낮을수록 임금불평등 문제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같은 산업에 종사하더라도 기업 노조가 있는 직원들은 비교적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단협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영세 근로자들은 회사의 부당한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효력확장제로 기업 경쟁력 높여야
전문가들은 한국의 단협 적용률이 이 처럼 낮은 이유가 낮은 수준의 효력확장제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단협 효력확장제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협약에 직접 참여한 노조원과 회사 외에 같은 산업 종사자나 근무지로 그 적용 대상을 넓히는 제도다. 임금불평등률이 낮은 유럽 선진국들은 대부분 이 효력확장제도를 통해 단협 적용률을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권두섭 변호사는 "국내에도 단협 효력확장제도가 있긴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공익적 필요가 있는 산별노조 협약들을 더 많은 이들에게 확장 적용하자는 취지로 노동계가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을 위해서도 단협 적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단협 적용률을 높이는 것이 근로자들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기업 경쟁력 제고에 필수라는 뜻이다.
권 변호사는 "같은 산업의 기업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하면 기술 개발이나 생산성 향상 등에 노력을 기울일 텐데 현재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줄이고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면서 '하향 경쟁'을 하는 추세"라며 "산별노조의 협약이 확장적용돼 근로자들의 고용 여건이 평준화되면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